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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해당되는 글 168건
2008. 10. 8. 20:32
오늘의 말씀:

"달러를 갖고 있으면 환율이 오르고, (달러를) 바꾸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기업이나 일부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국가가 어려울 때에는 개인이 욕심을 가져선 안된다."

현실에 적용:

1. 경제 상황: 대한민국은 확실히 어렵다.
2. 투자 정보: 달러를 갖고 있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
3. 실천 사항: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지금이 기회다.
4. 제약 조건: 이런 기회는 일부에게만 허락된 것이다.

작은 의문점: 기회만 되면 좌파 척결을 부르짖는 분이 자본주의의 근본을 부정하시다니요...
2008. 10. 2. 00:00
이준구 교수님의 "슬픈 종부세"는 종부세로 대표되는 이른바 '노무현식 좌파 경제정책'의 예정된 죽음에 대한 학문적 조사(弔辭)였다. 그것은 정책이 부모를 잘못 만난 죄에는 어떠한 논리도 통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은 다양한 코미디를 낳는다.
한나라당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에 대해 '내가 내는 세금이 낮아져 이익이 될 것'이란 응답이 12.5%라는 여론조사 결과는, 적어도 10% 이상의 국민들이 종부세가 뭔지도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Not Your Tax.

전세집에 살면서 종부세 폐지를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더 혹독하게 당해서) 더 배워야 한다. 이런 것이 아마도 신자유주의가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어쩌면 하나뿐인, 이득이 아닐까 싶다.

2008. 9. 20. 19:49
인터넷을 하다가 본 신자유주의에 대한 교육적인 비평:

http://pgr21.com/zboard4/zboard.php?id=freedom&no=8440 에서 (원출처 미확인),
신자유주의자 - 조삼모사

그리고 http://clien.career.co.kr/zboard/view.php?id=broad&no=4628 에서,
김용민의 그림마당,
(김용민의 그림마당, 경향신문 2008.9.18)

끝으로 http://foog.com/617 에서,
 
'이익은 사유화되고 비용은 사회화된다'는 점에서 패니와 프레디는 자본주의의 사생아가 아니라 적자(嫡子)다.

비용 뿐 아니라 손실까지 사회화하는 대담함 또는 뻔뻔스러움에 위 표현을 좀 수정해서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몇몇 시장 근본주의자들이 미국 정부를 비난해봤자 '근본'은 같은 거죠.

늦은 PS: 루비니 (
Nouriel Roubini) 교수의 표현이었군요.
"We're essentially continuing a system where profits are privatized and...losses socializ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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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18. 13:45
李대통령 "영어교육 오해없도록 정책 분명히해야" - 연합뉴스 2008.3.20

"영어몰입교육이라는 것은 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다."
"모든 과목을 몰입해서 영어로 한다든지 하는 과도한 정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

안병만 "국제중, 영어몰입교육 안해" - 연합뉴스 2008.9.17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7일 국제중학교의 영어몰입교육 실시 논란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이) 영어몰입교육식의 교육은 하지 않는 걸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국제중에서 국어 과목만 제외한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한다는 보고를 받았느냐"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심은석 교과부 학교정책국장도 "현재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겠다는 것은 언론에서 추측 기사로 쓴 내용"이라고 말했다.

국제중 '영ㆍ수ㆍ사ㆍ과' 이중언어교육 - 연합뉴스 2008.9.18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국제중 전환을 추진 중인 대원중과 영훈중은 우선 진학 첫해는 영어, 수학, 과학, 국제이해(세계사) 등 4과목은 영어와 한국어로 함께 가르치는 이중언어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
대원중은 이들 4개 과목을, 영훈중은 4개 과목 외에 도덕과 기술ㆍ가정 과목의 경우에도 이중언어 교육으로 시작해 궁극적으로 영어 몰입교육을 실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교육청은 음악, 체육, 미술 등 나머지 과목의 경우 한국어로 교육한다는 방침이지만 영훈중은 예체능 과목의 경우에도 이중언어 교육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운하, 영어몰입교육, 수도 전기 가스 민영화, 건강보험 민영화, 재건축 재개발...

안한다. 오해다.
하지 않는 걸로 안다.
추측이고 사견일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해야 하지 않겠나?

이 식상한 패턴을 계속 감상하다보니,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대통령을 호구로 보고 방패막이로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 이런 건 미국과 일본이 먼저였던가?

대통령은 국민이 뽑았고 서울시 교육감은 서울 시민이 뽑았다. 이미 익스큐즈 된 거지 뭐.

2008. 9. 4. 01:55
작년 말부터 끊임없이 위기설을 유포하던 사람이 있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 반드시 살리겠습니다." – 12.19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1.14

"1,2차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가 오는 것 같고 과거에 위기를 극복했던 바탕은 기업과 노동자, 공직자와 국민이 뜻을 함께 한 국민적 단결이었다." – 3.16

"위기가 시작에 불과하다. 세계경제가 전혀 예측이 되지 않고 있고 어쩌면 세계 위기가 시작된다는 생각도 든다." – 3.17

"이런 경제적 위기를 국민들이 모두 인식하고 있다." – 3.19

"세계 금융위기가 지금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 3.20

"경제 살리기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끌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숙제를 안고 있지만, 세계 경제환경은 매우 어렵다." – 5.6

"불가항력적 상황이다. 앞으로 더 얼마나 오를지 걱정. 그렇다고 해서 이런 위기 상황에 대해 준비된 것도 없다. (석유비축량이) 가까운 일본은 15%, 미국은 25% 정도 되지만 우리나라는 겨우 4%정도. 우리는 그런 준비도 없이 위기를 맞고 있다." – 6.4

"최근 경제상황을 70년대 석유위기나 90년대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자원위기 상황" – 6.10

"세계 경제는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6.16

"국제 경제 여건이 대단히 어렵다.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고, 우리도 그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6.19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은 1, 2차 오일쇼크에 준하는 '3차 오일쇼크'라고 할 만한 상황이다." – 7.2

"기업들이 지난 1년 동안의 위기에 투자를 본격화하지 않았다." – 8.28

"많은 사람이 위기라고 말한다.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생각이 위기극복을 방해할 수 있다." – 9.3

그러나 한 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경제부처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의 상황을 IMF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로 생각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 9.3 한승수 국무총리

"현재 일부에서 나도는 금융위기설은 현실과 전혀 다른 얘기로, 오히려 금융위기설을 유포하는 것이 이 나라 경제를 어렵게 한다" – 9.3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하나?

참고:
2008대한민국 위기 괴담모음
'외부환경탓', '촛불탓'…이상한 '경제대통령' - 프레시안 2008.7.6.

2008. 8. 29. 19:33

대통령 전용기 사야 돼, 말아야 돼? - 이데일리 2008.8.29

노무현 대통령도 교체 필요를 느껴서 지난 2006년 전용기 도입비용으로 약 300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으나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등의 반대로 전액 삭감됐고, 새 전용기 구입은 없었던 일이 됐다.

이번에 대통령 전용기 교체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낡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G8 확대 정상회의때 다른 나라 대통령의 전용기와 나란히 서 있는 한국 대통령 전용기가 너무 눈에 띄게 초라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용기의 규모가 국력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프리카 정상의 전용기보다 더 초라해서 좀 민망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6년 당시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2006.6.13)에서 이재오 전 의원 曰,

더구나 5.31지방선거의 민심을 헤아리고 서민경제에 올인하겠다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1년에 한번 탈까 말까하는 전용비행기를 1천억원을 들여 구입하겠다고 하는 이생각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즉각 거두어 주기 바란다. 다음 대통령이 탈 전용기는 다음 정부에서 할 일이고, 임기가 내년이면 1년도 안남았는데 무슨 전용기를 1천억원을 들여서 구입하겠다는 건지 그러한 발상이 어디 있는가. 그러한 발상들이 5.31지방선거에서 민심을 떠나게 만들었던 것이다. 말로만 '서민경제에 올인한다'하고 생각은 다른데 가있고 국민들은 더이상 속지 않는다는 것을 김근태 체제는 잘 깨닫기 바란다. 그래서 1천억원짜리 대통령 전용비행기도 즉각 취소하고 그 예산이 있으면 한달에 5만원 전기세를 못내서 촛불켜고 사는 수많은 빈곤층에 대해서 따뜻한 눈길을 돌려야 할 것이다.

야당은 논평 삼아 이재오의 이 말을 그대로 다시 한 번 읽어줬으면 좋겠다.

몇가지만 짚어두자.

1. 그 때랑 지금이랑 달라진 게 뭘까?
2. '전기세 5만원을 못내서 촛불켜는 빈곤층'은 대체 누굴까?
3. 촛불에 따뜻한 눈길을 돌리자던 사람들이...

어떤 이들은 2년 전 한나라당의 논평 쯤은 이미 까맣게 잊어버리셨을테고, 나 역시 이런 꼴 보며 속 터지기 싫어서라도 지난 10년의 (그들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다. 이런 자포자기의 심정은, 집단 기억 상실(또는 포기)증을 만연시켜 진정한 의미의 '잃어버린 10년'을 만들고 역사를 반복하려는 커다란 음모의 결과인 듯도 하다.

망각은 편안하지만 기억은 고통스럽다.

(자료 수집에 클리앙 임시시국게시판을 참고)
2008. 8. 26. 20:04
<악의惡意>는 카페 이벤트 낙첨 기념으로 당장 사서 읽었습니다. 인기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로 최근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본격 미스터리의 냄새를 풍기는 도입부와 사건 발생까지는 즐겁게 지나갔는데...
이런, 책 분량의 3/4이 남았는데 범인이 나와버리면 어쩌라구요!
그러나 반전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인 만큼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이제 문제는 살인의 동기입니다. <붉은 손가락>에서 만났던 가가 형사의 집요한 추리가 빛날 시간이죠.

*       *       *

책을 덮고 이야기를 되새겨 봅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1. 추리소설에서 제목이 아주 큰 힌트가 될 수 있다는 것. 감히 얘기하건대, 이 살인의 동기는 '악의' 그 자체예요.
2. 물리적 트릭보다 심리적 트릭이 훨씬 어렵다는 것. "기계적인 밀실은 깨뜨릴 수 있어도 심리적인 밀실은 깨뜨리기 어렵다"(문신살인사건)는 말처럼, 다른 트릭은 눈치챌 수 있어도 선입견은 지우기 어려웠어요. 가가 형사와 마찬가지로 저에게도 '그것'은 이 소설 최고의 트릭이었습니다.
3. 이 소설이 다루는 사회적 이슈를 굳이 얘기하자면 '학교폭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 폭력의 근원이 되는 악의('맘에 안든다')는 대체 무엇이길래 해결책을 찾기가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솔 직히 얘기하자면 후반부의 탐문 케이스 1~10은 좀 지루했어요. 물론 독자는 그 중간 어디쯤에서 이른바 '반전'을 눈치채고 놀라게 되겠지만, 여러 인물들의 얘기가 산만했기 때문인지 결말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충격이 약한 편이었구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예전에 읽은 <용의자 X의 헌신>이 비슷한 구성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띠지에도 "<용의자 X의 헌신>을 능가하는 감동과 반전"이라고 써 놓았군요. 그래서 한 번 비교해 보았지요.

 악의 (1996)
용의자 X의 헌신 (2005)
탐정가가 형사
유가와 교수
범인초반에 밝혀짐
처음부터 밝힘
트릭살해 동기 조작
알리바이 조작
트릭의 도구
범인의 수기
또다른 시체
고정관념가해자와 피해자의 성품
가해자-피해자의 구도
반전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가해자-피해자의 새 구도
감동 코드
선의
헌신과 희생

대충 만든 표라 좀 엉성하지만, 어떤가요? 그럴듯하지 않나요?

전모가 이미 드러난 것 같은 사건을 두고 범인이 쳐 놓은 이중삼중의 덫을 풀어내는 형사와 탐정,
그 반대편에서 범행 자체가 아니라 더 중요한 무엇인가를 숨기려는 범인,
그리고 작가의 치밀한 트릭이 만들어낸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다가 끝에서야 의외의 진실(반전)에 놀라는 독자.

차이점으로는 악의적인 트릭과 헌신(희생)적인 트릭의 강한 대조를 발견할 수 있어요.
<악의>에서는 트릭과 감동 코드(이건 좀 좋은 표현이 아니지만요)가 서로 대척점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 감동이 덜했던 반면, <용의자 X의 헌신>에서는 그 둘이 한 인물 속에 통합된 까닭에 가슴 찡한 느낌이 더 강했던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글 제목을 '대칭성'이라고 달았군요. 결론이라면, 일단 저는 둘 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을 미리 얘기해 두고요.
형 식적으로 두 작품은 공통의 구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실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어요. 약간의 불편한 점이 있는 <악의>란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것이 <용의자 X의 헌신>이라고 할 수도 있을까요? (그러고 보면 이런 작품이 몇몇 있다고 하던데...)

어쨌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 비결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 그리고 독자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 정신. 작가만 보고 믿고 살 수 있는 책은 정말 드물거든요.

[albook|small|left|8972754196|height=150][albook|small|left|8972753696|height=150]
2008. 8. 6. 14:56
[albook|small|left|8954605923|width=100]아버지 소개로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이민희 지음)이란 책을 읽었다. 조선시대의 책과 서점, 금서와 문제작, 그리고 책을 사랑한 사람들과 책을 미워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책에 얽힌 조선시대의 사건들을 열세 편 다루고 있고, 그 사이사이에 조금 가벼운 '조선의 책 이야기'가 일곱 꼭지 들어간다.

소설사회사를 연구한 저자답게 조선의 여인들이 몰래 읽던 소설 얘기도 재미있고, 중국에서 나온 왜곡된 역사서 하나 때문에 엉뚱하게 책쾌(서적중개상)들이 몰살당한 사건은 놀랍고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다양한 영역에서 조선시대의 금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요즘 시국(국방부 '불온서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금서로 대표되는 새로운 사유에 대한 마녀사냥의 욕망이 지배하는 시대의 책 이야기는 즐거울 리가 없다. 내가 가장 가슴 아프게 읽었던 부분인 "한 영명한 왕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책 - 위험한 변화를 기록한 <심양장계>" 편은 더욱 그렇다.

소현세자 일행이 볼모로 청나라에 끌려가면서부터 8년만에 돌아올 때까지 본국에 보낸 일종의 보고서인 <심양장계>는, 세자가 외교적 역량을 쌓아가면서 왕의 재목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아버지 인조의 의심과 미움이 커져가는 과정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세자는 돌아온 지 두 달만에 조선 역사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을 남기고 의문사하고, 인조는 세자빈과 자신의 손자인 그 아들들에게까지 사약을 내린다.

"비극으로 끝난 희망, 그것을 읽는 것만큼 가슴 벅찬 고통은 없을 것이다." - 193쪽

[albook|small|right|8936413058|width=100]저자의 이런 감정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리라. 결국 나는 충동적으로 최근 다시 번역 출간된 <심양장계 - 심양에서 온 편지>를 지르고야 말았다.

한 권으로는 내가 가진 책 중에서 가장 두껍다. 천 쪽이 넘는 이 편지들에는 또 수많은 주석이 달려 있어 소설마냥 쉽게 읽을 수도 없다. 그러나 이런 책이 번역되어 나온 것 자체가 고마울 뿐이니 틈나는대로 읽어보려 한다.

덧붙여,
예나 지금이나 우리 나라의 학문은 최신 이론의 수입에서 시작된다. (유행도 마찬가지인듯.) 어떤 이들이 보기에 조선시대는 번역이란 중간과정이 필요없었던, 바람직한 글로벌 환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2008. 7. 25. 16:57

일본 미스터리 문학 즐기기 카페에 '느린시간'이란 닉네임으로 남겼던 글과 댓글을 재활용하여, 올해 읽은 일본 추리소설 신간들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 봅니다. (책을 읽은 분들만을 위한, 불친절하고 스포일러 가득한 리뷰랍니다.)

[albook|small|right|8925518651|width=100]<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대전으로 돌아오니 "0교시, 우열반 자율화" 같은 뉴스들만 기다리고 있네요.
회랑정 살인사건의 교훈도 그런 것이었지요. 부모를 잘 만나든지, 얼굴이라도 잘 생기든지.
그러나 우리 딸은 괜찮을 것 같아요. 아, 아닌가?

바란

"내가 어때서!"


("벚꽃지는 계절에 엄마는 딸에게 헤드락을 거네"에서 - 비공개 설정)

[albook|small|right|8952750624|width=100]<외딴섬 퍼즐>, 아리스가와 아리스

에가미 선배는 직소 조각의 산을 파헤치더니 분류를 시작했다. (......) 조각을 맞추려고 하지는 않고 그저 뱀을 이루는 조각들을 모으고만 있다.
"흐음, 기본을 이해하고 있구먼."
의사는 에가미 선배의 작업을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이 방법밖에 없지 않습니까?"
에가미 선배의 말에 소노베는 빙긋 웃었다.

<월광게임>보다 조금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각 장의 제목 - 밀실 퍼즐, 자전거 퍼즐, 모아이 퍼즐, 자살 퍼즐, 직소 퍼즐 - 처럼 아기자기한 트릭들이 흥미로웠고, 풋풋한 주인공들의 청춘(!)도 남쪽 바다 작은 섬에 잘 어울렸습니다.

독자에 대한 도전을 마주하고 저는 솔직히 범인을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머리가 굳은 건지, 지나치게 많은 힌트들에 집중력을 잃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에가미 선배의 추리와 더불어 범인이 밝혀지고 나니 조금만 더 생각해볼 걸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뭐, 늘 그렇지만요.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만 논리적인 추리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밖의 수수께끼 - 범행의 동기나 방법, 밀실 트릭, 다잉 메시지 등 - 는 범인이 고백하기 전에는 추측만 가능한 것들입니다. 알찬 '퍼즐 북'을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좀 아쉬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주인공 커플의 데이트와 보물찾기 같은 건 추리의 대상이 아니라도 언제나 재미있는 읽을거리니까 괜찮습니다.

앞에서 인용한 대화는 책의 초반부에 나옵니다. 에가미 선배는 비슷한 방법으로 뱀이 아니라 사건을 이루는 힌트 조각들을 모아 범인을 맞춥니다. 그러나 '이 방법밖에 없다'는 그의 차가운 지성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범인을 도출해 내고,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결말을 이끌어 냅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궁지에 몰린 범인이 으레 저지르는 행동 - 범행을 부정하면서 오히려 탐정의 추리에 장단 맞추기 - 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슬프군요.

("<외딴섬 퍼즐>을 푸는 한 가지 방법, 그리고 번역 실수"에서)
 
[albook|small|right|8901083388|width=100]<제3의 시효>, 요코야마 히데오

최근에 <제3의 시효> 관련 글에서 소설의 내용이 만화책 <강력1반>의 2권으로 나와 있다는 얘길 듣고 검색해보니 새 책은 절판이고 중고는 때맞춰 한 질(1-4권) 있더군요. 사는김에 <절대미각 식탐정> 1-8권도 같이... (이건 절판은 아니지만 싼맛에)

강력1반 만화책

<강력1반>은 눈을 뗄 수 없을만큼 흡인력 있는 스토리 + 깔끔한 성인만화 그림체입니다.
특히나 고독한 야수들이 모인 강력반 조직 내부의 갈등이 사건에 깔려 있어 더 흥미롭네요. 2권 "제3의 시효"는 결말이 여운을 남기고 있고, 1권 "침묵의 알리바이", 3권 "밀실의 구멍", 4권 "죄수의 딜레마" 모두 원작의 힘이 느껴집니다. 앞으로 요코야마 히데오의 강력1반 시리즈도 계속 출간된다죠?
다만 결말을 이렇게 다 알아버려서... 전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관심을 가져보겠습니다. ^^

("중고 만화 <강력1반>, <절대미각 식탐정>"에서)

[albook|small|right|8991684475|width=100]<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히라야마 유메아키

며칠 전, 동네 서점에서 제목이 가물가물한 책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횡축 메르카토르 도법의 이해> 비슷한 제목의 소설이 있나요?"
아저씨는 '도법의 이해'로 검색하시더니 고개를 젓고... (그게 뭔 지도책이여?)
알고보니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이었다죠.
고등학교 지리시간에 공부를 너무 많이 했나봅니다. 아직도 UTM을 기억하고 있다니...
결국 인터넷으로 사서 다 읽은 기념으로 고백합니다.

('한 마디' 게시판에서)

느린시간: "오퍼런트의 초상"은 이퀼리브리엄(영화) 같이 디스토피아를 다룬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데 제게는 그것이 <1984>였습니다. "끔찍한 열대"에서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연상하신 분들도 꽤 있겠죠?

(구름이님이 쓴 "히라야마 유메아키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의 댓글)

[albook|small|right|890108371X|width=100]<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의 세번째 단편 "비할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은 다잉메시지에 대한 탐구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다잉메시지가 나오죠. 이 글은 그 첫번째에 대한 사소한 정보와 감상입니다.

피해자의 강력한 소망을 담고 있는 첫번째 다잉메시지는 겐지 향(香) 기호인지라 우리 나라 독자로서는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는 위키 백과가 제일이죠. '香の図' 항목에 다음 기호 일람표가 나옵니다.
겐지 향 기호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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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가지 기호를 겐지이야기(源氏物語)의 권 제목들로 이름붙였다고 합니다.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내용을 읽어보니, 아하! 이건 5가지 향기를 구별해내는 게임에서 답을 표시하는 방법 - 일종의 OMR 카드 기입법 - 이었군요.

그러니까, 출제자가 5가지 종류의 향목(香木)들 25개를 섞어서 5개를 골라냅니다. 그럼 참가자들은 순서대로 하나씩 향기를 맡고 서로 같은 것을 줄을 이어 표시하는 거죠. 하쓰네(初音)는 오른쪽부터 시작해서 2번과 4번이 같은 향이고, 3번과 5번도 같은 향이란 의미인 듯합니다. 13번 아카시(明石)는 5개 중 3,4번만 같다는 뜻이겠죠. 경우의 수를 따져보니 정확히 52가지가 있군요. 어쨌든 꽤나 호사스런 놀이인 건 분명합니다.

살인자를 표시하는 이 다잉메시지의 특이한 점이라면 전달의 대상(단 한사람)과 전달의 목적(복수!)인데 그런 이중적인 구조가 제게는 정말 참신했습니다. <월광게임>에서의 그 불량품 다잉메시지에 너무 실망했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그래서 책 147쪽에 그려진 '아카시'가 (밟혔다는 구실로) '1011'로 보이게 꼬아 놓은 정도는 그냥 넘어가렵니다.

번거롭긴 했지만 이렇게 찾다 보니 이 단편이 조금 더 재밌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건 제가 아직 <X의 비극>을 읽지 않았다는 거죠. 이걸 어떻게 구해 본다?

(""비할 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의 다잉메시지 (스포 잔뜩)"에서)

2008. 7. 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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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메가 BIOMEGA는 <BLAME!>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작가, 니헤이 츠토무가 최근에 내고 있는 만화로 일본에는 4권, 우리나라에는 3권까지 나왔다. 1권 띠지에 쓰인 홍보 문장은
"한층 더 새롭고 보기 편해진 그의 신작과 만난다!!"
인데, 여기서 '보기 편해진' 매우 중요하다. 어떤 독자는 BLAME!의 난해함이 후속편(프리퀄?)인 <NOISE>로 대부분 해소되었다고도 하지만 내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기에, 바이오메가의 '친절한' 서술 방식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평범한 독자에게 고마울 뿐이다.

거대한 구조물과 기괴한 생명체의 묘사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BLAME!과 다른 점이라면 아직까진 '하늘'이 보인다는 사실 정도? 폭주하는 오염된 세상에서 주인공의 모험은 BLAME!의 연장선 혹은 그 반대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몇 가지 사소한 특징:
1.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등장 (특히 3권 표지!) - BLAME!에는 시보 주임 말고 그런 존재가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
2. 가끔씩 허무하게 처리되는(죽어버리는) 적 - 잔뜩 힘주고 나타나서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허탈한 경우들이... 디자인이 아깝지도 않나.
3. 유머 코드 - 예: "그냥 벌꿀은 별로라..."

그리고 전작만큼은 아니지만 화려하게 난무하는 설정에 맞춰 역시 이번에도 용어 사전이 등장했다. 일본어 위키를 Ratatosk님이 번역했는데, 몇 번을 읽었지만 빠뜨리기 쉬운 부분들을 채워넣고 복습하기에 좋다. 대부분 스포일러일 수밖에 없기도 하니까.
Ratatosk's Tree - 바이오메가 위키번역

PS. 작가의 단편 <아바라 Abara> 상하권도 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