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6. 20:04
[일상/독서]
<악의惡意>는 카페 이벤트 낙첨 기념으로 당장 사서 읽었습니다. 인기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로 최근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본격 미스터리의 냄새를 풍기는 도입부와 사건 발생까지는 즐겁게 지나갔는데...
이런, 책 분량의 3/4이 남았는데 범인이 나와버리면 어쩌라구요!
그러나 반전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인 만큼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이제 문제는 살인의 동기입니다. <붉은 손가락>에서 만났던 가가 형사의 집요한 추리가 빛날 시간이죠.
책을 덮고 이야기를 되새겨 봅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1. 추리소설에서 제목이 아주 큰 힌트가 될 수 있다는 것. 감히 얘기하건대, 이 살인의 동기는 '악의' 그 자체예요.
2. 물리적 트릭보다 심리적 트릭이 훨씬 어렵다는 것. "기계적인 밀실은 깨뜨릴 수 있어도 심리적인 밀실은 깨뜨리기 어렵다"(문신살인사건)는 말처럼, 다른 트릭은 눈치챌 수 있어도 선입견은 지우기 어려웠어요. 가가 형사와 마찬가지로 저에게도 '그것'은 이 소설 최고의 트릭이었습니다.
3. 이 소설이 다루는 사회적 이슈를 굳이 얘기하자면 '학교폭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 폭력의 근원이 되는 악의('맘에 안든다')는 대체 무엇이길래 해결책을 찾기가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솔 직히 얘기하자면 후반부의 탐문 케이스 1~10은 좀 지루했어요. 물론 독자는 그 중간 어디쯤에서 이른바 '반전'을 눈치채고 놀라게 되겠지만, 여러 인물들의 얘기가 산만했기 때문인지 결말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충격이 약한 편이었구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예전에 읽은 <용의자 X의 헌신>이 비슷한 구성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띠지에도 "<용의자 X의 헌신>을 능가하는 감동과 반전"이라고 써 놓았군요. 그래서 한 번 비교해 보았지요.
대충 만든 표라 좀 엉성하지만, 어떤가요? 그럴듯하지 않나요?
전모가 이미 드러난 것 같은 사건을 두고 범인이 쳐 놓은 이중삼중의 덫을 풀어내는 형사와 탐정,
그 반대편에서 범행 자체가 아니라 더 중요한 무엇인가를 숨기려는 범인,
그리고 작가의 치밀한 트릭이 만들어낸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다가 끝에서야 의외의 진실(반전)에 놀라는 독자.
차이점으로는 악의적인 트릭과 헌신(희생)적인 트릭의 강한 대조를 발견할 수 있어요.
<악의>에서는 트릭과 감동 코드(이건 좀 좋은 표현이 아니지만요)가 서로 대척점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 감동이 덜했던 반면, <용의자 X의 헌신>에서는 그 둘이 한 인물 속에 통합된 까닭에 가슴 찡한 느낌이 더 강했던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글 제목을 '대칭성'이라고 달았군요. 결론이라면, 일단 저는 둘 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을 미리 얘기해 두고요.
형 식적으로 두 작품은 공통의 구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실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어요. 약간의 불편한 점이 있는 <악의>란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것이 <용의자 X의 헌신>이라고 할 수도 있을까요? (그러고 보면 이런 작품이 몇몇 있다고 하던데...)
어쨌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 비결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 그리고 독자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 정신. 작가만 보고 믿고 살 수 있는 책은 정말 드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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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미스터리의 냄새를 풍기는 도입부와 사건 발생까지는 즐겁게 지나갔는데...
이런, 책 분량의 3/4이 남았는데 범인이 나와버리면 어쩌라구요!
그러나 반전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인 만큼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이제 문제는 살인의 동기입니다. <붉은 손가락>에서 만났던 가가 형사의 집요한 추리가 빛날 시간이죠.
* * *
책을 덮고 이야기를 되새겨 봅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1. 추리소설에서 제목이 아주 큰 힌트가 될 수 있다는 것. 감히 얘기하건대, 이 살인의 동기는 '악의' 그 자체예요.
2. 물리적 트릭보다 심리적 트릭이 훨씬 어렵다는 것. "기계적인 밀실은 깨뜨릴 수 있어도 심리적인 밀실은 깨뜨리기 어렵다"(문신살인사건)는 말처럼, 다른 트릭은 눈치챌 수 있어도 선입견은 지우기 어려웠어요. 가가 형사와 마찬가지로 저에게도 '그것'은 이 소설 최고의 트릭이었습니다.
3. 이 소설이 다루는 사회적 이슈를 굳이 얘기하자면 '학교폭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 폭력의 근원이 되는 악의('맘에 안든다')는 대체 무엇이길래 해결책을 찾기가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솔 직히 얘기하자면 후반부의 탐문 케이스 1~10은 좀 지루했어요. 물론 독자는 그 중간 어디쯤에서 이른바 '반전'을 눈치채고 놀라게 되겠지만, 여러 인물들의 얘기가 산만했기 때문인지 결말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충격이 약한 편이었구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예전에 읽은 <용의자 X의 헌신>이 비슷한 구성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띠지에도 "<용의자 X의 헌신>을 능가하는 감동과 반전"이라고 써 놓았군요. 그래서 한 번 비교해 보았지요.
악의 (1996) | 용의자 X의 헌신 (2005) | |
탐정 | 가가 형사 | 유가와 교수 |
범인 | 초반에 밝혀짐 | 처음부터 밝힘 |
트릭 | 살해 동기 조작 | 알리바이 조작 |
트릭의 도구 | 범인의 수기 | 또다른 시체 |
고정관념 |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품 | 가해자-피해자의 구도 |
반전 |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 가해자-피해자의 새 구도 |
감동 코드 | 선의 | 헌신과 희생 |
대충 만든 표라 좀 엉성하지만, 어떤가요? 그럴듯하지 않나요?
전모가 이미 드러난 것 같은 사건을 두고 범인이 쳐 놓은 이중삼중의 덫을 풀어내는 형사와 탐정,
그 반대편에서 범행 자체가 아니라 더 중요한 무엇인가를 숨기려는 범인,
그리고 작가의 치밀한 트릭이 만들어낸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다가 끝에서야 의외의 진실(반전)에 놀라는 독자.
차이점으로는 악의적인 트릭과 헌신(희생)적인 트릭의 강한 대조를 발견할 수 있어요.
<악의>에서는 트릭과 감동 코드(이건 좀 좋은 표현이 아니지만요)가 서로 대척점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 감동이 덜했던 반면, <용의자 X의 헌신>에서는 그 둘이 한 인물 속에 통합된 까닭에 가슴 찡한 느낌이 더 강했던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글 제목을 '대칭성'이라고 달았군요. 결론이라면, 일단 저는 둘 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을 미리 얘기해 두고요.
형 식적으로 두 작품은 공통의 구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실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어요. 약간의 불편한 점이 있는 <악의>란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것이 <용의자 X의 헌신>이라고 할 수도 있을까요? (그러고 보면 이런 작품이 몇몇 있다고 하던데...)
어쨌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 비결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 그리고 독자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 정신. 작가만 보고 믿고 살 수 있는 책은 정말 드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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