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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1. 23:53
[albook|small|left|8901092964|width=100][albook|small|left|8901092972|width=100]<신세계에서>, 기시 유스케, 2008

(이 작가는 <유리망치>로 낯이 익습니다. 여러 장르를 섭렵한다는데 이번에는 미스터리가 조금 가미된 SF입니다.)

그다지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 한 소녀, 사키와 그녀의 친구들이 천 년 후의 세계에서 겪는 성장과 모험의 이야기라고 <신세계에서>의 줄거리를 요약한다면 그건 정말 너무한 일이죠. 하지만 그런 이야기의 축이 없었어도 저 같은 독자들이 두 권의 두꺼운 책을 밤새 손에서 떼지 못했을까 하는 건 좀 의문입니다. 참신한 설정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천 년 후의 평화롭지만 불안한 현실, 엄격히 통제되는 과거, 그리고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는 미래, 주력, 악귀와 업마, 요괴쥐, 유사미노시로…… 사실 이런 것들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독자의 관심을 끝까지 붙잡는 것은 사키라는 소녀가 이들 속에서 어른이 되어 가는, 다시 말하자면 그녀가 (독자와 함께) 세계의 진실을 이해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세계의 진실 중 몇 가지는 천 년 전에 살고 있는 저에게도 꽤 공감이 됩니다.

<신세계에서> 독서 키워드
(이 그림은 한국어판 편집자님이 찾은 자료로, http://cafe.naver.com/mysteryjapan/10622에서 가져왔습니다.)

학교
학교는 아이들의 능력을 평가하고 사회에 위협이 될 수 있거나 낙오된 아이들을 도태시킵니다. 그들은 남은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도 지워지지요. 합격한 아이들은 강력한 세뇌와 암시에 의해 체제에 순응하도록, 현실에 의문을 갖지 않도록 길들여집니다. 그러나 이런 걸러냄의 과정을 뚫고 기적적인 확률로 특별한 아이들이 나타나 세상을 놀라게 하지요. 우리는 그들을…… 저는 지금 <신세계에서>의 독후감을 쓰다가 어제 치러진 일제고사를 거부한 소수의 학생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천 년 후의 신세계에서도 학교는 이런 학생들을 ‘처분’하기 위한 수단을 고심하고 있더군요. ‘악귀’나 ‘업마’가 되어 세상을 파괴하는 것을 미리 막아야 하니까요. 악귀는 사이코패스의 다른 이름인 듯하지만, 업마는 무엇으로 이해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 삼십 년쯤 전이었다면 우리 나라에서는 (포괄적인 의미에서) ‘운동권’이 가장 가까운 의미를 가졌을 텐데, 지금은…… 뭐,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인간
신세계에서 초능력(주력)을 구사하는 인간은 콜로니를 이루어 사는 요괴쥐들을 여러 가지 작업에 부립니다. 별별 변이생물들이 다 있으니 인간과 말이 통하는 요괴쥐도 놀랍지는 않습니다. 대략 삼천년 전부터 ‘말하는 도구’로 노예를 다뤄온 인간들인데다 부락민의 전통이 있었던 일본이거든요. (우리 나라라고 다를 것도 없습니다.) 역사를 봐도 두 발로 걷고 말을 하고 민주주의를 외친다고 쉽게 인간이 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주인공 사키는 누구보다 요괴쥐와 가까웠지만 – 목숨을 위협받은 만큼이나 덕분에 목숨을 건진 적도 많았죠 – 그 보답은 지극히 개인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인간과 짐승의 경계는 여전히 분명하니까요. 얼마 남지도 않은 인간들이 문명과 자유를 포기하면서까지 지키려고 하는 공동체는 그런 의미에서 내부로부터의 경계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깥 이류(異類)들의 침입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들의 주력이 바깥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 경계에 둘러쳐진 팔정표식처럼 말입니다.

희망
책을 읽은 후 제가 느끼는 ‘신세계’의 인상은 이 글의 제목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동시대의, 미래학자도 아닌 소설가가 그려낸 미래, 그것도 천 년 후의 세계에서 ‘예측’을 기대해선 안되지요. 그러나 우리는 역사가 어떤 면에서는 지루할 정도로 반복된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에서 천 년 동안 변한 것들 – 초능력, 새로운 존재들 – 보다는 천 년 정도의 시간으로는 변하지 않을 거라고 작가가 생각한 것들에 관심을 둡니다. 주력을 가진 인간을 둘러싼 불신과 공포, 복수, 전쟁, 세대간의 갈등과 이해, 사람들 사이의 사랑과 질투, 희생과 헌신…… 이렇게 나열하자니 참 진부합니다만 이런 것들을 빼놓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엮어내기는 어려울 겁니다.
성인이 된 사키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이 맞물려 만들어내는 자신의 슬픈 이야기를 소설의 형식으로 남깁니다. 그녀가 신세계에서 (from the new world) 다음 세대를 위해 남기는 메시지 가운데 저는 인간만이 가져왔던 변치 않는, 그러나 근거 없는 희망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이 세계를 더 좋게 바꿀 수 있다는 아주 오래된 믿음입니다. 인간은 언제까지 이 믿음을 지킬 수 있을까요?

재미있는, 읽기 편한 책입니다. 소년 소녀들과 함께 신세계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가는 모험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모험의 끝에는 언제나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폐허가 된 도쿄 지하에서의 마지막 모험은 RPG 게임마냥 흥미진진하지요.
그러나 읽고 나면 한동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수만 년 동안 본질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은 인간이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가질 거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인간들 중 소수는 이미 그 비슷한 힘을 충분히 남용하고 있는 현실이 더욱 답답해집니다.

*   *   *

지난 달에 일본 미스터리 문학 즐기기 카페에서 출간 이벤트를 열었고, 고맙게도 당첨되어 책을 얻었습니다. <내가 꿈꾸는 천 년 후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덧글로 달아서 참여하는 방식이었는데, 제 덧글을 부끄럽지만 여기 옮겨 두겠습니다. 그 때 저는 책의 내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큰 기대는 안하지만, 인간에 대한 각각의 정의(definition)들을 가지고 서로 간섭하지 않는 여러 가지 모습의 공동체들이 공존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의 경제적 이익 추구가 합리적인 삶의 목적인 사람들은 그들끼리 모여 자유롭게 경쟁하고, XX 신을 모시고 헌신하며 살 사람들은 그들끼리 모여 계명을 지키며 예배드리고, 타인을 지배하고 억압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모여 서로 위아래를 따지고,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진리라고 믿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모여 서로 잡아먹고... 그리고 어린이들은 폭력과 강요로부터 자유로운 가운데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꿉니다.
그러나 과거 천 년이란 시간동안 인간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돌이켜 보면, 그리고 이 좁은 지구를 생각해 보면 저의 꿈은 몽상에 가깝습니다.
2009. 2. 12. 04:30
어떤 분의 '한일병합 100주년'이라는 말씀 때문에 이들 용어의 차이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은 '일한병합조약'에 의해 13년만에 망했습니다. 그 조약문은 대충 이렇습니다.
"호상 행복을 증진하여 동양 평화를 영구히 확보하기 위해 한국을 일본국에 병합함에..."

즉, <일본이 한국을 병합>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일병합'이란 말은 주어와 목적어가 뒤바뀌었습니다. 우리 나라가 앞자리에 온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닙니다.

한때, '한일합방'이라는 용어를 교과서에서 가르쳤습니다. '합방合邦' 역시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대등한 위치에서 두 나라가 합친다는 뉘앙스가 있긴 하지만,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표현입니다. 우리는 나라를 잃었습니다.

나라 사이에 득실이 있었던 일을 가리키는 역사 용어는 두 나라에서 같은 표현이 될 수가 없습니다. 한 쪽이 승전이면 다른 쪽은 패전입니다. 일본이 한국을 병합했으면 한국은 일본에게 나라를 잃은(失國) 것입니다. '일한병합'에 대응하는 우리 나라의 역사 용어가 '경술국치庚戌國恥'입니다. '일한병합'은 제국주의 일본의 야욕을 담고 있는 말이고, '경술국치'는 나라 잃은 우리 겨레의 부끄러움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clien.net 자유게시판을 읽다가 생각이 나서 쓰고, 블로그에 옮겨둡니다.
역사 용어가 일방통행임은 려증동 선생님이 쓴 <한국역사용어>와 <배달겨레 문화사>에서 알 수 있습니다.

추가: 검색하다보니 '한일병합 100주년'이란 표현은 역시나 일본에서 유래했군요.
"2010년 한일병합 100년 일왕 한국 방문 변수 될 것", 중앙일보 2008.4.30
이걸 그대로 제목으로 뽑아준 중앙일보의 친절은 '건국 60주년 기념'의 연장선 위에 있는 듯합니다.
2009. 1. 16. 12:57
임금 기금설:
존 스튜어트 밀은 그것을 이런 식으로 설명했다. "임금은 자본과 인구의 상대적인 양에 달려 있다. 뿐만 아니라, 경쟁이 득세하는 상황에서는 다른 어떤 것도 임금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임금은 ...... 노동자의 고용에 사용되는 기금 총액이 증가하거나 취업 경쟁자 수가 감소할 때만 오를 수 있다. 또한 임금은, 임금을 지급하는 데 바쳐지는 기금이 감소하거나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수가 증가할 때를 빼면 결코 하락하지도 않는다."
리오 휴버먼,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256-258쪽

내용을 정리하면,
임금 = 임금 기금 / 노동자 수

따라서 임금이 오르려면,
1) 노동자 수를 줄인다 - 빈곤의 책임은 자식을 많이 낳은 노동자 자신에게 있다.
2) 임금 기금을 늘린다 - 규제를 없애 산업을 자유롭게 하면 기금이 늘어나 임금이 증가할 것이다.

결론: 경제학은 기업가의 편. (J S 밀은 1869년, 임금 기금설을 철회한다고 공표)

21세기 대한민국에 등장한 임금 기금설의 응용: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임금을 낮춰 고용을 늘리는 '잡 셰어링(Job Shairing)' 방법을 강구해 보는 것이 어떠냐"

정리할 필요도 없이,
노동자 수 = 임금 기금 / 임금

따라서 고용이 증가하려면,
1) 임금을 줄인다 - 실업의 책임은 임금을 자진 삭감하지 않은 노동조합에게 있다.
2) 임금 기금을 늘린다 - 규제를 없애 산업을 자유롭게 하면 기금이 늘어나 고용이 증가할 것이다.

결론: 인건비가 공짜로 줄었다고 추가 고용을 할 회사가 요즘 세상에 어디 있으랴?

참고 1: '잡 셰어링'의 등장
경총 자료 -> 매일경제(12.21) -> 비상경제대책회의(1.15)
임금인상 3%p만 줄여도 일자리10만개 창출, 매일경제 2008.12.21
일자리 나누기 빙자해 노동자들에게 희생 떠넘기기, 미디어오늘 2008.12.22
李대통령 "공기업 대졸초임 삭감 검토해보라", 매일경제 2009.1.15

참고 2:
임금기금설의 유령, 해​일​달​월​(junhcho) 2004.7.25 - 지하철 노조의 파업에 대한 분노와 증오의 정체를 고민한 글

2008. 12. 31. 23:57
올해도 몇 분 남지 않았다.
보신각 현장 생방송을 KBS와 아프리카(사자후TV)로 동시에, 그러나 전혀 다른 화면으로 보고 있으려니, 올 한해가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KBS의 음향 기술과 카메라 워크는 상상 이상이다.
날씨가 정말로 차다.

2008. 12. 23. 22:56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묶이다 보면 빈부격차를 줄일 수도 없고 일자리를 만들 수도 없다."
"녹색시대를 열어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IT(정보기술)시대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격차가 벌어지는데, GT(녹색기술)시대는 일자리를 IT보다 훨씬 많이 만들어낼 수 있고 소득격차도 줄인다."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0812220301

컴퓨터와 인터넷에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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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8. 13:00
일본 미스터리 문학 즐기기 카페에 '느린시간'이란 닉네임으로 남겼던 글과 댓글을 재활용하여, 올해 하반기에 읽은 일본 추리소설 신간들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 봅니다. (책을 읽은 분들만을 위한, 불친절하고 스포일러 가득한 리뷰랍니다.)
참고: 올해 읽은 일본 추리소설 재활용 리뷰 (이건 상반기)

[albook|small|right|8992036671|width=100]<통곡>, 누쿠이 도쿠로
<통곡>에 대한 아내의 삐딱한 평

지금 보니 <통곡> 이벤트에 백플이 달려 있네요. 높은 인기예요.
사실 저도 참가할까 하다 별로 쓸 말이 없어서 - 도를 만나면 도망가기 바빠요 - 그만두고 사서 읽었죠.

아내가 먼저 읽었습니다. 상당히 빠른 진도를 보이던데 내용을 미리 알고싶지는 않아서 다 읽을 때까지 일부러 말도 안 걸었습니다. 중간쯤에서 술술 읽히기는 한데 사건 진행이 지루하다고 한마디 하더군요. 그리고 밤늦게 다 읽더니 피식 웃는 겁니다.
"좀 시시해. 나는 눈치챘어."

설마, 최근 여기서 읽은 <통곡>의 평들은 찬사 일색이었는데... 어쨌든 저도 이제 책을 잡아듭니다.
마쓰모토라는 이름의 정체모를 인물은 신흥 종교에 깊이 빠져들면서 자신의 가슴 속 구멍을 메워줄 빛을 찾으려 합니다.
한편, 유아 유괴살인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수사는 답보 상태인 가운데, 수사1과 과장의 스트레스도 심해져 갑니다.
이야기는 이 두 사람을 교차시키며 진행됩니다. 이 소설의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기에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비치지 않음에도 독자는 책을 내려 놓기 어렵습니다. 책의 남은 분량은 자꾸 줄어드는데 수사는 오리무중, 대체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엉뚱한 상상만 하게 됩니다.

449쪽,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여기서 만나 결말을 짓습니다. 이거 참, 이 반전은 참신성보다는 오히려 그 '정교함'에 쓴웃음을 짓게 됩니다. 뒤집어 얘기하자면 너무나도 작위적인, 억지스럽다는 느낌. 불공정하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그러나 솔직한 감상은,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되다 만 소설"

이란 평에 공감하게 되는군요. 평범한 독자들의 기대와는 다른 곳에서 끝이 났다고 할까요. 하긴 천인공노할 살인마일수록 추리소설에서 다루기는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통곡>은 여러 가지 소재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유괴살인사건 자체를 제외하고도 신흥종교(<미륵의 손바닥>에서 본 적이 있고), 경찰 조직의 갈등(캐리어와 논캐리어 얘기는 너무 많이 들었어요), 매스컴의 보도경쟁(와이드 쇼 하면 <모방범>) 등은 일본 미스터리 독자에게는 꽤 익숙하죠. 이것들이 분위기나 상황을 그려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조금 더 흥미롭게 이야기 속으로 녹아들어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아요.

책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갖고 계실 분들께는 조금 미안한 얘기만 늘어놓았군요. 우리 부부의 생각일 뿐이예요. ^^
<통곡>의 가장 큰 장점은 흡인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460여 쪽을 읽어가면서 그렇게 지루한 부분은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때로는 미궁에 빠진 사건 때문에 골치아픈 형사의 입장에서, 때로는 구원을 찾아 사이비 교단에 빠져드는 연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독자 역시 같이 고민하면서 사건을 안타깝게 맞이하게 되니까요. 실컷 안좋은 소리 하다가 뜬금없지만, 분명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스포일러:
'반전'하면 <살육에 이르는 병>과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들게 되는데, <통곡>의 반전은 그 둘 - '관계'와 '시간' - 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네요. 다른 종류의 연속살인사건으로 그려낼 수는 없었을까요? 트릭이 아까워서 말이죠.

번역하신 분이 개인적으로 남겨주신 댓글 중에서:
... 옮긴이가 이런 말 하는 게 우스운 경우라는 걸 알면서도, 통곡에 대해 많은 분들의 찬사에, '아니 그렇게 훌륭한 소설이었단 말인가' 하며 당혹스러워했었습니다. ...

<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
<인사이트 밀>의 살인 도구에 대한 시시콜콜 잡담

<인사이트 밀>을 재미있게 읽으신 미스터리 팬들과 함께 나누고픈 잡담입니다.

이 작품의 여러 가지 살인 방법과 도구에는 나름의 설명과 출전이 같이 나와요. 순서대로,

구살 - 부지깽이 - 얼룩끈 (코난 도일)
독살 - 니트로벤젠 - 녹색 캡슐의 수수께끼 (존 딕슨 카)
교살 - 끈 - 구석의 노인 사건집 (오르치)
약살 - 니코틴 - X의 비극 (엘러리 퀸)
총살 - 22구경 공기총 - 제3의 총탄 (존 딕슨 카)
압살 - 천장 - 백발귀 (에도가와 란포)
사살 - 보우건 - 비숍살인사건 (반 다인)
격살 - 돌 - 두 개의 미소를 지닌 여인 (모리스 르블랑)
참살 - 손도끼 - 이누가미 일족 (요코미조 세이시)


이들 작품 중 몇 개나 읽어보셨나요? 제가 제대로 읽은 건 넷 밖에 없지만 책에서 맨 처음 나오는 얼룩끈에서부터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얼룩끈에서의 살인 도구는 워낙 유명한 '그것'이지, 부지깽이는 아니니까요. 홈즈를 모르는 미스터리 팬이 있어도 이상할 것 없는 현실이니 얼룩끈의 범인은 부지깽이를 휘둘러 살인을 저지른다는 큰 오해가 생길 수 있겠는걸요. 좀 더 살펴봅시다.

녹색 캡슐의 수수께끼는 번역이 되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작품 안에서 나중에 친절히 설명해 줍니다. 독은 니트로벤젠이 아니라 청산가리라고요.

구석의 노인 사건집의 끈에 이르면 이건 작가의 장난이란 생각이 들게 돼요. 제가 아는 한 그 끈은 절대로 목을 조르지 않거든요.

X의 비극은 어릴 적에 읽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어쨌든 여기서는 니코틴이 쓰이는 게 맞습니다.

제3의 총탄에서는 결국 22구경 공기총이 살인 흉기로 드러나지요.

백발귀는 못 읽어봤습니다. 짐작컨대 산 채로 무덤에 묻히는 거라면 압살은 대충 맞지만 그 도구는 상당히 다르군요.

비숍살인사건에 대해서도 작품 안에서 설명합니다. 보우건(석궁)이 아니라 보통 활(장궁)이 흉기로 쓰인다고요. 이 정도는 상황에 맞춘 변화라고 볼 수도 있죠.

두 개의 미소를 가진 여인에 대해서는 불행히도 전혀 모릅니다. 패스.

끝으로 이누가미 일족은 가장 최근에 읽은 소설이군요. 이건 "도끼가 실제로 사용되면, 거꾸로 세워 놓을 필요가 없어지잖아."라는 대사처럼, 이누가미 일족을 읽은 사람이라면 웃을 수밖에 없는 매칭이랍니다. 작가도 그걸 의도한 듯해요.

정리한다고 했지만 뒤죽박죽이군요. 각각의 도구는 미스터리 작품과 관련이 있기는 한데, 좀 엉뚱하게 연결한 것이 몇몇 있어요. 부지깽이, 끈, 그리고 도끼의 경우에는 확실히 작가의 의도, 또는 장난이 보여요. "독자들이여, 고전을 읽자"라는 메세지 같기도 하고. 그 효과가 있었는지 이누가미 일족이 어서 나오기를 제가 간절히 기다렸던 것은 이 소설 때문이기도 했어요.

십각관의 등장인물들(카, 오르치, 엘러리, 반 다인, 모리스 등)이 생각나기도 하는, 대담하고 즐거운 소설이었습니다.

[albook|small|right|8984013137|width=100][albook|small|right|8989722802|width=100]<이유>, 미야베 미유키
<유리 망치>, 기시 유스케
- 이 두 작품은 신간이 아니지만...
미스터리와 경제 - 이유, 유리망치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어요. 이유야 어쨌든 우리 나라 사정은 더 심각하구요.
일본 미스터리 독자 입장에서는, 판권료나 종이값 덕분에 책값이 더 오르겠거니 하는 걱정이 먼저군요.
경제와 장르문학의 상관관계는 어떨까요? 청년 실업이 늘수록 온라인게임이 인기인 현실과 비슷할까요, 아니면 오락소설 따위에 더 이상 쓸 돈은 없어질까요? 어쩐지 후자가 더 그럴 듯하네요.
그런 까닭인지, 경제 문제가 녹아 있는 미스터리 작품은 드물죠. 저는 <이유>와 <유리망치>가 생각나요.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는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일본의 경기 침체는 그 유명한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을 만들어 냈고, 작가는 그 혼란 속에 자리한 뉴시티 웨스트타워 2025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인하도록 담담하게 그리고 있지요.

전용면적 101.24제곱미터니까 분양면적은 대충 40평형인 셈인가요. 2025호의 분양가는 1억720만엔이었고, 분양받은 첫 주인은 전매를 목적으로 구입했다가 부동산이 폭락하자 1년 후 8250만엔에 매물로 내놓았고 결국 8120만엔에 팔았죠. 다음 주인은 1년 반 뒤에 7250만엔에 팔 수밖에 없었구요. 세번째 주인인 고이토 부부는 자기 돈 3500만엔에 나머지는 빌려서 이 집을 샀어요. 이 때가 1992년 봄이군요. 스포일러랄 것도 없이, 이 부부는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집은 경매에 나오게 돼요. 그러나 비극은 이제 시작이죠. 이 숫자들은 요즘들어 더 실감이 나는군요.

<유리망치>의 2부는 아키라란 소년의 이야기예요. 1부의 밀실살인과는 전혀 이어지지 않는 이 고등학생의 험난한 인생은, 팔라듐(백금과 비슷한 귀금속의 일종) 선물거래에 손대기 시작한 아버지의 몰락에서 시작하지요. 투자 초반에 큰 이익을 냈다가 상황이 나빠지자 선물거래회사 직원은 아버지를 이렇게 꼬드겨요. "걱정 마세요. 조금만 참으면 됩니다. 시장은 반드시 반전됩니다. 지금까지의 손해는 열 배가 돼서 돌아옵니다." 그리고 결국 고리대금업자를 찾게 되죠. 그 뒤는 안봐도 비디오.

'물타기'가 뭔지 아시죠? 주가가 내려 손실이 났을 때 추가매입해서 반등시 수익을 기대하는 건데, 하락장에서 증권회사 직원이 하는 얘기가 늘 그렇죠. 바닥이 보인다고, 저가매수의 기회라고. 엊그제 은행에 갔는데 옆 창구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펀드를 해지하는 것 같더라구요. 집에 가셔서 부부싸움 같은 거 하지 마시고 그냥 깨끗이 잊어버리셨기를.

어쨌든 이것만 보면 미스터리 속에서 경제는 사람들에게 복수의 동기를 제공하는 역할 밖에 못하는 것 같아요. 돈이 아닌, 경제 현실을 담고 있는 다른 미스터리 작품들이 궁금해지네요. 제가 미스터리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도...

[albook|small|right|8925811235|width=100]<얼음꽃>, 아마노 세츠코
읽고 나서 생각하는 '얼음꽃'의 몇 가지 의미

<얼음꽃> 이벤트에 당첨되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출판사와 이 카페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1. 부서지기 쉬운
괜찮은 회사 사장의 조카인 주인공은 그 회사에서 일하는 남편과 함께 풍족하게 살고 있습니다. 안락한 저택에 보장된 미래, 그리고 가끔 대학 동창들과의 모임을 즐깁니다. 그러나 남편이 출장 중인 어느날, (언제나 그렇듯) 갑자기 걸려온 전화가 이런 일상을 바꿔놓습니다. 남편의 내연녀라는 전화 속 인물은 남편의 글씨가 적힌 '모자母子 건강 수첩'으로 주인공을 도발합니다.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 그러나 자신은 불임. 주인공은 이성을 잃고 맙니다.

2. 차가운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주인공의 행동은 냉정합니다. 남편은 이틀 뒤 돌아오는데다 약속들도 잡혀 입습니다. 적敵의 주소를 쉽게 알아낸 뒤, 남편의 열쇠꾸러미에서 수상한 열쇠를 확보, 완벽히 준비한 뒤 잠입합니다. 그리고 냉장고 속 주스에 농약을 탑니다. 문제는 그곳에 있던 두 사람의 사진과 모자수첩. 둘을 가지고 나오려던 그녀는 다시 생각해보고 제자리에 돌려 놓습니다. 있어야 할 것이 없다면 중요한 단서가 되리라 생각했겠죠. 알리바이도 나름 준비한 뒤, 주인공은 친구와의 약속시간에 정확히 나타납니다. 계획대로 그 여자는 죽었고, 이렇다할 증거도 남지 않았습니다.

3. 고독한
경찰 수사가 진행됩니다. 공교롭게도 죽은 여자는 주인공 남편의 회사 직원. (언제나 그렇듯) 한 형사의 직감이 주인공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 단서는 엉뚱하게도 '남편의 회사 책상 서랍'에서 발견된 죽은 여자와의 사진입니다. 수사 진행에 관심을 갖고 있던 주인공도 의혹을 품게 됩니다. 겨우 이런 여자에게 남편이? 자신의 복수는 제대로 이루어진 것인가? 그 와중에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과거의 사건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누구와도 상의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여기까지가 대략 1/3의 내용입니다. 중요한 몇가지 단서는 일부러 적지 않았습니다. ^^)

4. 날카로운
주인공은 이런 상황에 끌려다닐 인물이 아닙니다. 양친을 비행기 사고로 잃었을 때도 장례식에서 눈물 한 방울 안흘린 아이였는걸요. 물론 이런 설정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없을만큼, 오직 하나의 목표물 - 남편과 X - 을 향한 그녀의 증오는 마치 비수와도 같습니다. 경시청의 민완 형사가 아무리 열심히 (그러나 조금 지루하게) 수사를 펼쳐도 여기엔 당할 수가 없네요. 이 소설의 백미는 주인공에 대한 형사들의 심문 장면인데, 그래서인지 용의자와 형사가 서로 바뀐 것 같답니다.

5. 마지막으로
반전이 있기는 합니다만 내용은 실질적으로 책의 'File 7: 재판' 부분에서 끝이 납니다. 재판이니 누가 이겼을까요? 궁금하시면 읽어보셔야죠. 이 책의 장점은 주인공의 심리가 드러나는 행동의 묘사에 있습니다. 그것은 애 아빠인 제가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서 더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끌어가는 힘은 강한데 비해 기대했던 결말이 조금 완만합니다. 요즘은 낭떠러지 같은 결말이 유행이라서요. 여기서는 사건의 정체가 중반부터 조금씩 밝혀지다보니 독자에게 큰 충격은 못 줄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궁금한, 아마도 추리소설로서 논쟁이 될 부분은 사람의 행동이 그렇게 정확하게 예측 가능하냐는 건데 (이런 의문이 두 번 들게 됩니다), 그 두 번 모두 작은, 그러나 치명적인 실수가 등장하니까 나름 공정합니다. 그리고 '얼음꽃'의 마지막 의미는... 아, 1번에서 벌써 얘기했군요.

사족같은 댓글:
히가시노 게이고의 <브루투스의 심장>이 사람을 조종하는 일은 맘대로 안된다는 쪽이었다면, <얼음꽃>은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대체로 예상할 수 있다는 편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대립하는 양자가 이를 각각 활용하는 구성은... 아, 더 얘기하면 안됩니다. '그의 한마디로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실'류와는 거리가 있지만, <얼음꽃>의 전체적인 구성과 전개는 아주 훌륭합니다. 곰곰히 되새겨볼수록 더 그래요.

덤으로, 다시 찾아본 기억과 추억의 차이
"추억과 기억이란 게 어떻게 다른지 알아?" 사이카와는 담배를 끄면서 말했다.
"추억은 즐거웠던 일, 기억은 나빴던 일투성이죠."
"그렇지 않아. 나쁜 추억도 있고 즐거운 기억도 있어."
"그럼 뭐가 다르죠?"
"추억은 전부 기억할 수 있지만, 기억은 전부 추억할 수 없다는 거야."

- <모든 것이 F가 된다>, 모리 히로시, pp.257-258

PS
오늘 아침 책을 덮은 <도착의 론도>, 상권 중간쯤에서 손을 놓은 <도구라마구라>에 대해서도 조만간 뭔가 적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지요.

2008. 10. 27. 17:52
1.
오늘 아침은 한은의 금리 인하와 대통령의 국회 연설로 시작했다.

주식시장(KOSPI)는 막판 연기금 5300억 순매수에 힘입어 상승마감했다. (오른쪽 끄트머리의 빨간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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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기사가 나온다.
금리인하, 증시폭락 제동엔 일단 도움 - 연합뉴스 2008.10.27
이 기사 댓글 중 하나: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기사.. - 귀검백수
이 기사 하나 내보내기 위해서..국민돈 6천억을 퍼부었구만..
멋지다..
증시부양에 국민연금 동원은 없다던 며칠 전 청와대의 주장이 생각난다.
맞다. "연기금 투자는 사회주의"니까 절대로 안된다. 아, 이건 2004년 얘기구나.

어쨌든 오늘은 넘어갔다만 주변이 온통 푸른 물결인데 내일은 또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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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환율은... (그래프는 장 후반 10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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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타이밍이 늦었다.

2.
이 정부의 경제정책에는 상식적으로 모순되는 구석이 하나둘이 아니다.

금리를 내리면서 환율을 안정시킨다? (어쩔 수 없이 물가는 포기했단다.)
감세를 하면서 재정지출은 확대한다?

그야말로 행복한 세상이다. 재벌과 비정규직의 지지를 동시에 얻으며 당선된 경제대통령이니까 이런 것도 가능한 모양이다. 욕심 많은 정부의 눈에는 공짜 점심이 아직도 널려 있는가보다.

그런데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며 결국 나오는 방안은 트리클 다운 (trickle-down) 효과였다.
그리고 증시를 살리겠다며 결국 쓰는 수법은 연기금으로 (지수에 영향이 큰) 시총상위종목 가격 끌어올리기였다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KOSPI 지수 946.45 전일대비 ▲7.70 등락률  +0.82%
상한가 ↑7
상승 ▲164
하락 ▼709
하한가 ↓207

똑같다. 머리나 손발이나, 철학이나 수단이나 어쩌면 이렇게 예상과 한 치도 어긋남이 없을까.
경제를 살리고 7% 성장을 이루면서 누가 상한가를 치게 될지, 누가 하한가에서 고통받게 될지 짐작이 된다.

회사에 들어가 즐겁게 환영식을 치르던 1997년 가을이 자꾸만 떠오른다.

PS.
조용한 블로그에 정치글이 하나둘 늘어가는 게 탐탁치는 않지만, 이런 격동의 시대에 어떤 생각을 하며 지냈는지 기록해 두는 일도 나름 의미있으리라 위로해본다.

2008. 10. 23. 22:49
clien 임시시국게시판(로그인 필요)에서 본 오늘 뉴스와 한 달 전 뉴스:

<국감>강만수 장관 "노무현 정부 동안 금융개방 정도 과도했다", 뉴시스 2008.10.23

"지난 정부 문제의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했지만 한마디 하면 지난 2, 3년 사이에 우리 금융시장이 과도하게 개방됐다."
"수많은 해외자금이 일시에 들어와 일본의 3배나 되도록 원화를 평가절상 시켜놓자 (국민들이) 능력을 벗어난 과분한 소비를 했고 이후 경상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현재 세계 금융장이 불안해지자 그동안 과잉 투입됐던 자본들이 쓸려나가면서 엄청난 파동이 전달됐다."

강만수 "병원.학교.방통업 외자규제 풀겠다", 연합뉴스 2008.9.25

"한국 정부는 외자를 경제 성장의 주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대부분 외자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대중이 외자에 대한 친화적 인식을 제고하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 나갈 것"
"높은 부동산 가격과 불편한 외국인 정주여건을 개선해 투자확대를 유도하고, 외자의 지역 병원과 학교 설립에 대한 다양한 규제도 없애겠다."

이들에 대해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이제 과분한 소비는 확실히 줄여야겠다. (줄일 게 어디 있는지...)

2008. 10. 22. 21:24
Paul Krugman's Asimov Inspiration을 번역했습니다. 한 노벨상 수상자의 인생을 결정한 것은 아시모프의 SF였답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의 PBS 인터뷰에서 나는 그에 대해 몰랐던 것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경제학에 대한 그의 선택은 소년시절에 읽은 SF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Jim Lehrer:
"언제, 그리고 왜 경제학자가 되기로 처음 마음먹었습니까?"

Paul Krugman:
"좀 곤란한 질문이군요.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SF를 읽는지는 모르지만,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가 쓴 아주 오래된 SF 시리즈 – 파운데이션 – 에서는 진정한 변동을 이해하는 사회과학자들이 문명을 구합니다. 나도 그런 일을 하고 싶었으나 그런 학문은 존재하지 않지요. 그러나 경제학이 거기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해서 십대였던 나는 경제학을 공부했습니다."
폴 크루그먼

폴 크루그먼, 왕년의 역사심리학자


크루그먼은 해리 셀던 Hari Seldon 같은 역사심리학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파운데이션 시리즈에서 셀던은 은하제국의 몰락을 예측하고, 문명이 야만으로 퇴보한 기간을 천년으로 줄이기 위해 동료들과 노력합니다.

아시모프는 소설에서 역사심리학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역사심리학 PSYCHOHISTORY– Gaal Dornick은 수학적 개념을 쓰지 않고, 역사심리학을 고정된 사회적, 경제적 자극에 대한 인간 집합체의 반응을 다루는 수학의 분야로 정의했다...
... 이 모든 정의들에 함축된 것은 인간 집합체는 통계적으로 처리되기에 충분히 크다는 가정이다. 이에 필요한 크기는 셀던의 첫번째 정리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더 필요한 가정은 그것의 반응이 완전히 무작위적이기 위해 인간 집합체가 역사심리학적 분석을 몰라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타당한 역사심리학의 기초는 셀던의 연구에 기반한다. 사회적, 경제적 동력에 부합하는 속성을 나타내는 함수들은...
- 은하대백과사전 ENCYCLOPEDIA GALACTICA

인용된 인터뷰는 2008년 10월13일자 Newshour with Jim Lehrer에서 가져왔습니다.

[albook|small-gif|right|8974580853|width=100]파운데이션 1권이 집에 있었는데 이사하면서 버렸나봐요.
과학재단의 '노벨상 기반 조사 설문' 소식과 SF 잡지 판타스틱의 11월호 휴간 소식을 함께 접하고, 묘한 기분이 들어 이 글을 번역했습니다.

2008. 10. 10. 19:17
누가 감히 강만수에게 돌을 던지랴 - 한겨레21 (730호), 2008.10.10

"고소득층에 대못 박는 건 괜찮나?"며 종부세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는 분이 십여년 전 현직 시절에 쓴 글을 봅시다.
두얼굴의 '땅'

©중앙일보 1997.3.5

경제는 어려운데 왜 집값은 올라가야 하는가. 언제까지, 얼마까지 땅값은 올라야 할 것인가.이미 우리나라의 땅값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비싸다고 하는데,그리고 미국과 일본은 최근에 땅값이 반 가까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땅값은 언제나 떨어질까.

그리고 십년간 야인 생활을 겪으며 고생하셨죠. 종부세를 내느라 대출을 받아야 했으니. IMF는 서민들의 마음만 팍팍하게 만든 게 아니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