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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해당되는 글 3건
2008. 3. 9. 18:40

이 글의 제목만 보고도 제가 어떤 얘기를 하려는지 눈치채신 분이 있을 겁니다. 토론이 될 수도, 논쟁이 될 수도, 진부할 수도 있는 주제 - 우리말 바로쓰기 - 입니다만 같이 생각해 보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1. 생각하다/생각되다 - 그 생각에 책임질 수 있습니까?

일본 학자가 1982년에 쓴 책에서 조금 길게 인용하겠습니다. (밑줄은 제가 그었습니다.)

일본어로 쓴 글에 주어가 적은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있다.
주어가 ‘생략’된다고 하는 견해는 본래 주어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인데, 그것은 서구 문장을 모델로 삼은 데서 비롯된 생각이다. 이것은 타당하지 않다. 주어는 문맥상 알 수 있으면 특별히 필요할 때 이외에는 표시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일본어에 더 잘 맞는 생각이다.
또 하나, 일본어에는 주어를 표시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한 예로, 일본어 고유의 ‘자발(自發)의 조동사’가 사용될 경우가 그렇다. 내가 이 책과 같은 글을 쓰면서, “......라고 나는 생각한다”라고 쓰면 말한 것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하지만, “……라고 생각된다”라고 쓰면 왠지 책임이 경감되는 듯하여 약간 자신이 없을 때는 그만 이 표현을 쓰고 싶어진다. ‘생각된다’라는 표현을 쓰면 생각하는 주체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일본인들은 ‘하다’가 아니라 ‘되다’라는 동사를 즐겨 쓴다. 회의석상에서 보고할 때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말하면 저항이 있지만, “이렇게 됐습니다”라고 말하면 무난히 통과된다고 한다. 채소 가게 아저씨가 “싸졌습니다”라고 말할 때, ‘싸졌다’는 행위에는 당사자인 채소 가게 아저씨뿐 아니라 동업자도 손님도 얼마간 참가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라고 생각된다”라고 쓰면, 그 내용은 필자 한 사람의 생각만이 아니라 다른 논자도 독자도 얼마간 그 생각에 참가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가?
(번역어 성립 사정, 야나부 아키라 지음, 서혜영 옮김, 도서출판 일빛, 2003, pp.192-193)


여기서 ‘일본어’를 ‘한국어’로 바꾸어도 아무런 어색함이 없습니다. 우리말에서 ‘생각되다’가 그렇게 널리 쓰이는 까닭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그러나 ‘생각되다’를 아예 쓰지 말자고 주장하기도 곤란한 것이, 주변 상황이나 증거들이 그렇게 생각하게끔 만드는 경우에는 ‘생각되다’가 꽤 쓸모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이런 예문이 있습니다.

그가 범인으로 생각되어 경찰에 신고했다.


“그를 범인으로 생각하여 경찰에 신고했다.”와 비교하면 앞에서의 ‘생각됨’이 더 객관적으로 들립니다. 다른 사람이라도 그를 봤다면 범인으로 생각했을 거라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언제부터 이런 의미가 덧붙여졌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본어의 영향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많은 경우, ‘생각되다’를 ‘생각하다’로 쉽게 바꿔서 더 좋은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전에 있는 다른 예문들을 바꿔 보겠습니다.

이번 결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생각될지 궁금했다. -> 이번 결정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옳다고 생각되면 끝까지 밀고 나가라. -> 옳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밀고 나가라.
나는 그들의 말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 나는 그들의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영어에서도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가능한 수동태(우리말에서는 피동문)를 피하라고 합니다. 문장은 명확하고 단순할수록, 그래서 이해하기 쉬울수록 좋으니까요.
예전에 어떤 커뮤니티에서 ‘생각되다’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쪽에 서서 짧은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저는 ‘생각되다’란 말을 쓸 때, ‘생각하다’로 바꿀 수는 없는지 잠깐 생각해 봅니다.

2. 되어지다, 보여지다, 이런 것도 유행인가요?

‘되어지다’라는 말이 왜 틀렸는지는 검색해보니 다음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중복 피동’이기 때문입니다.)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blua&folder=8&list_id=3750270

그러나 이 표현은 너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각종 연구보고서에서 심심찮게 눈에 띕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동료들과의 대화 같은 입말(구어)에서는 ‘되어지다’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책임 떠넘기기로 볼 수 있을까요? 문자로 오랫동안 남을 글에서 ‘생각한다’, ‘된다’, ‘본다/보인다’라고 단정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일까요? 어쨌든 행동의 주체를 모호하게 만들어버리는 잘못된 표현인데 왜 이렇게 유행처럼 번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되어지다(X) -> 되다
보여지다(X) -> 보이다, 보다
판단되어지다(X) -> 판단되다, 판단하다
생각되어지다(X) -> 생각되다, 생각하다
잊혀지다(X) -> 잊히다 (‘잊혀진 계절’이란 유명한 노래가 있죠.)
나뉘어지다(X) -> 나뉘다
불리워지다(X) -> 불리다


단, 비슷한 형태지만 옳은 표현도 있습니다.

좁혀지다 – ‘잊혀지다’와는 다른 경우입니다. ‘좁히다’는 피동이 아니라 사동형이거든요.
여겨지다 – ‘생각되다’와 비슷한 경우입니다. 가능한 ‘여기다’로 대신하면 좋겠지요.


3. 쉽고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씁시다

다음은 한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서 ‘되어지/되어진/되어집’으로 검색해서 나온 표현들 중 일부입니다. (다른 게시판에서는 훨씬 더 많이 검색됩니다.)

상처와 아픔은 사람으로 회복되어집니다.
양준혁 선수의 기록은 계속되어집니다.
경기력만큼은 작년보다도 못하다고 생각되어집니다.
한번 해 보시는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되어집니다.
개인 사용자에 한해 무료로 제공되어집니다.
제대로 평가되어지지 않게 됩니다.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되어지네요.
비로소 완성되어지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내 허물이 되어지지 않기를...
대표곡으로 인식되어지는 것을 말한다.
벌써 10여년째 계속되어지고 있는.. 지금도 가끔 논란이 되어지는
기존 보컬들과는 차별화되어지는 찢어질듯한
정신적으로 잘 무장되어진 팀인가 하는 생각이
강팀과 약팀으로 구분되어진건 사실입니다.
연습일정은 시작되어진다.


‘보여지/보여진/보여집’으로 검색해보니 역시나 비슷한 수가 나왔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유행입니다. ‘-어지-‘를 집어넣는다고 문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만, 이렇게 널리 쓰인다면 수십 년 뒤에는 국어 문법이 조금 바뀔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앞서의 ‘생각되다’와는 다르게, 저는 이런 표현을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Pgr21.com 자유게시판에 쓴 글입니다.)
2007. 7. 2. 19:42
학교 인트라넷으로 매일 수많은 메일들이 소식과 정보와 웃음을 가져다 준다.
최근 받은 두 통의 비범한 메일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기숙사 자취회에서 알려드립니다.
얼마전 기숙사 각 동마다 전자렌지와 다리미, 다리미 판을 구비하여 설치하였습니다. (중략)
그럼 좋은 하루 되십시요. ^^
- 기숙사 자취회 드림

안녕하세요
경영학부 OOO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현재 재학중인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논문실적 현황을 조사하고자 합니다. 학부에서 그렇다할 논문실적 현황자료가 없기 때문에 에로사항이 많았습니다.
(후략)

우리가 쓰는 한글이 무조건 세계 최고라고 자랑할 것까진 없지만,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다.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마저 이렇게 귀엽고 심오할 수가...

첫번째 사연에서는 형식적 자치(自治)에 안주하지 않고 의식주 중 식생활(전자렌지)과 의생활(다리미)에서 진정한 의미의 자립을 성취하여 자취(自炊)회로의 변신을 도모하는 기숙사 학생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자취(스스로 自, 불 땔 炊): 손수 (불을 때서) 밥을 지어 먹으며 생활함.

두번째 사연은 메일을 보내신 분이 안타깝게도 여자분이라서 감상을 표현하는데 '에로'사항이 많다.

애로(좁을 隘, 길 路): 좁고 험한 길; 어떤 일을 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

아름다운 한글을 계속 이렇게 쓰신다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성모

2007. 5. 8. 19:38
국문법 실력 테스트에서 처참한 점수를 기록하고 변명삼아 씁니다.
혹시 안해보신 분은 잠시 시간을 내보세요.

여러분은 '만두국/만둣국', '참치국/참칫국' 어느 쪽이 맞춤법에 맞다고 알고 계시나요? 아래 글을 읽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국립국어연구원의 묻고 답하기 게시판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제목: 선짓국, 만둣국'에 대해서..
맞춤법 규정 30항에 보면 선짓국과 만둣국으로 표기를 해야 맞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럼 참치국, 수제비국, 무국, 북어국 도 모두
참칫국, 수제빗국, 뭇국, 북엇국 으로 적어야 하지 않나요..?
설명 부탁 합니다...

연구원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목: Re: '선짓국, 만둣국'에 대해서..
'선짓국, 만둣국' 대한 답변

한글 맞춤법 30항에서 사이시옷을 넣어야 하는 조건으로 들고 있는 것은 합성어이어야 하고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ㄴ',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이시옷을 넣으려면 합성어라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참치 국', '수제비 국', '뭇국', '북엇국'이 구가 아닌 단어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합성어인지 구인지 가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사전의 표제어로 올라 있나 올라 있지 않은가 하는 것으로 가릴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뭇국', '북엇국'은 '표준국어대사전'에 한 단어로 올라 있고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이므로 당연히 사이시옷을 넣어 올려 놓았습니다. 그러나 '참치 국', '수제비 국'은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습니다. '참치 국'은 구로 보아야 할 것이고 '수제비 국'은 굳이 '국'이라는 말을 붙일 필요 없이 '수제비'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밑줄은 제가 그었습니다.)

그러니까, 맞춤법에 맞는 표현은 '만둣국'과 '참치 국'이라고 합니다.
왠지 좀 찝찝한 답변이 아닌가요? '참치 국'이 사전에 표제어로 올라 오면서 '참칫국'으로 바뀐다는 게... 맞춤법을 제대로 알려면 사전은 필수군요.

저는 우리말에서 된소리와 사이시옷이 너무 남발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고유어 끼리의 결합과 고유어와 한자어의 결합에서 조건만 맞으면 (한자어에도) 사이시옷을 붙이는데, 북어(北魚)+국이 '북엇국'으로 쓰인다는게 웃깁니다. ('등굣길'도 마찬가지.)  좀 더 지나다 보면 '중붓지방에 비'라는 표현도 나올지 모르겠군요. (일기예보에서 [중부찌방]으로 발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렇습니다.)

'-읍니다'가 '-습니다'로 바뀐 것이 꽤 오래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 '있습니다'라고 썼던 일부 사람들은 맞춤법도 모른다고 (안 지킨다고) 손가락질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맞춤법은 약속이긴 하지만 그것이 무조건 옳다는 생각은 조금 위험하다고 봅니다. 지키면 서로 편한 '약속'일 뿐입니다.

pgr 여러분들이 올바른 우리말 사용에 관심이 많기에 제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국어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혼란만 일으킨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습니다.

P.S. 이 글에도 맞춤법, 띄어쓰기 오류가 꽤 있을 겁니다. 불편하지만 않다면 대충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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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며칠 전 pgr21.com 자유게시판에 쓴 글입니다. (원본과 리플을 보시려면 여기)
리플로 몇 분이 의견을 적어주셨습니다. 다음은 제 생각과 다른 어떤 분의 의견으로, 현행 맞춤법이 그렇게 무원칙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고맙습니다.)

참치국, 수제비국 은 [국]으로 일반적으로 발음되고 그런 음식이 흔하지 않으므로 사이시옷이 없고, 뭇국, 북엇국 등은 [무꾹, 북어꾹]으로 발음되며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니 사이시옷이 있다. 북엇국의 경우 [북어국]으로 사람들이 많이 발음한다면 북어국으로 바뀔 것이다.

중부지방의 경우 우리나라의 경인지역을 말할 경우에는 [중부찌방]이라고 발음한다 (우리나라의 중간지역이 아니기 때문). 하지만 서울 중부지방이라고 할때는 [중부지방]이라고 발음한다 (중부와 지방의 의미가 살아있기 때문). 발음을 떠나서 중붓지방이라는 표기는 규정상 절대로 생겨날수 없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

참치국, 수제비국에서 일반적으로 [꾹]으로 발음되지, [국]으로 발음되지는 않는다. ([국]으로 발음하는 사람이 [무꾹], [북어꾹]으로 발음할 것 같지도 않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다는 사실이 맞춤법에 고려될 필요가 있는지?

중부지방의 발음을 구분하는 방법은 금시초문. (사실이라면 방송사 아나운서들부터 고칠 필요가 있다.) 규정상 한자어의 합성어에 사이시옷을 쓰지 않지만, '북엇국'이 나오는 마당에 모를 일이다. 작은 사전에는 '북엇국'은 있지만 '만둣국'은 없다. 맞춤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큰 사전이 필요한가?

정리하자면 저의 얘기는, 한글 맞춤법이 '소리 나는대로'와 '어법'이란 두 기준을 가지다보니 사이시옷 규정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예외가 많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합성어에서 대부분 나타나는 된소리가 듣기에 좋지도 않고, 'ㅅ' 받침이 보기에도 껄끄러우니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맛비[장마삐, 장맏삐]'가 '장마비'를 이긴 것처럼, 된소리와 거센소리가 갈수록 늘어가는 것이 현실이니 뾰족한 대책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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