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 사야 돼, 말아야 돼? - 이데일리 2008.8.29
노무현 대통령도 교체 필요를 느껴서 지난 2006년 전용기 도입비용으로 약 300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으나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등의 반대로 전액 삭감됐고, 새 전용기 구입은 없었던 일이 됐다.
이번에 대통령 전용기 교체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낡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G8 확대 정상회의때 다른 나라 대통령의 전용기와 나란히 서 있는 한국 대통령 전용기가 너무 눈에 띄게 초라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용기의 규모가 국력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프리카 정상의 전용기보다 더 초라해서 좀 민망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6년 당시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2006.6.13)에서 이재오 전 의원 曰,
더구나 5.31지방선거의 민심을 헤아리고 서민경제에 올인하겠다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1년에 한번 탈까 말까하는 전용비행기를 1천억원을 들여 구입하겠다고 하는 이생각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즉각 거두어 주기 바란다. 다음 대통령이 탈 전용기는 다음 정부에서 할 일이고, 임기가 내년이면 1년도 안남았는데 무슨 전용기를 1천억원을 들여서 구입하겠다는 건지 그러한 발상이 어디 있는가. 그러한 발상들이 5.31지방선거에서 민심을 떠나게 만들었던 것이다. 말로만 '서민경제에 올인한다'하고 생각은 다른데 가있고 국민들은 더이상 속지 않는다는 것을 김근태 체제는 잘 깨닫기 바란다. 그래서 1천억원짜리 대통령 전용비행기도 즉각 취소하고 그 예산이 있으면 한달에 5만원 전기세를 못내서 촛불켜고 사는 수많은 빈곤층에 대해서 따뜻한 눈길을 돌려야 할 것이다.
야당은 논평 삼아 이재오의 이 말을 그대로 다시 한 번 읽어줬으면 좋겠다.
몇가지만 짚어두자.
1. 그 때랑 지금이랑 달라진 게 뭘까?
2. '전기세 5만원을 못내서 촛불켜는 빈곤층'은 대체 누굴까?
3. 촛불에 따뜻한 눈길을 돌리자던 사람들이...
어떤 이들은 2년 전 한나라당의 논평 쯤은 이미 까맣게 잊어버리셨을테고, 나 역시 이런 꼴 보며 속 터지기 싫어서라도 지난 10년의 (그들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다. 이런 자포자기의 심정은, 집단 기억 상실(또는 포기)증을 만연시켜 진정한 의미의 '잃어버린 10년'을 만들고 역사를 반복하려는 커다란 음모의 결과인 듯도 하다.
망각은 편안하지만 기억은 고통스럽다.
'일상 > 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단 기억 상실증 (3) - 여섯달 또는 하루짜리 약속 (1) | 2008.09.18 |
---|---|
집단 기억 상실증 (2) - 위기설 (0) | 2008.09.04 |
소통과 대중 조작 (0) | 2008.05.29 |
땅투기 안 한 사람이 바보 아니었어요? (19) | 2008.03.07 |
정직과 진실, 때때로 거짓말 - 공직자의 필수 능력 (0) | 2008.02.27 |
권력에 대한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다.
The struggle of man against power is the struggle of memory against oblivion.
- 밀란 쿤데라, <웃음과 망각의 책>
1.
시사IN에서 삼성 비자금 사건을 읽다가 아내가 내게 물었다. "삼성 X파일 사건이 뭐였지?" 이상호 기자, 안기부, 도청, 비자금... 단편적인 낱말들만 머리를 맴돌 뿐 사건의 핵심과 본질이 기억나지 않았다. 찾아보니 겨우 2년 전 일이다.
[wp]이상호 엑스파일[/wp] - 위키백과
2.
전에는 대통령 후보 이명박씨가 어떤 일로 국회의원을 그만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선거법 위반이었던가... 수많은 블로거를 선거법 위반자로 만들고 있는 사람이 선거법을 어겼을리가.
[wp]이명박[/wp] - 위키백과 (2.8. 선거법 위반과 범인도피)
3.
1997년12월, IMF라는 폭풍 앞에서 내가 병역특례로 두 달 전에 입사한 회사는 당분간 월급으로 차비 정도밖에 못 준다고 알려왔다. 해고되지 않은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던가. 크리스마스 전날 집으로 가는 골목길 어귀에 있는 빵집에서 조그만 케이크를 사 들고 가는 아저씨들을 보며 코끝이 찡했던 기억이 난다. 10년 전이다. 나는, 사람들은,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IMF 따위 걱정하지 않을 만큼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을까? 도덕이니 정의니 그런 것 다 필요 없고 경제가 제일이라고 생각했을까?
적어도 IMF로 생계를 위협받았던 이른바 서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금모으기 운동에 누가 참여했던가?)
4.
기억은 지워지고, 조작되고, 묻혀버린다.
우리의 기억을 끝없이 확장시키고 있는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진실들은 삭제되고, 수정되고, 무의미한 뉴스 속으로 숨어버린다.
어느날 문득 자신의 기억 속에서 커다란 공백을 발견했을 때, 포털의 메인 뉴스에 절대로 뜨지 않는 충격적인 기사를 발견했을 때,
그 때가 바로 싸울 때다. 우리의 기억을 갉아먹는 망각에 대항하여, 인간성을 파괴하는 권력에 대항하여.
'일상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극화의 나사와 검은 양복 (0) | 2007.11.09 |
---|---|
두 가지 생각: 고액권 초상인물 선정과 <정조 이산>의 노론 (0) | 2007.11.08 |
고속버스 뒷자리에서 생각하는 정치 우화 (0) | 2007.10.19 |
선거에 대해 아무 말도 못하는 나라 (8) | 2007.10.18 |
한글은 언제, 누가 만들었을까? (한글날과 집현전) (9) | 2007.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