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대한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다.
The struggle of man against power is the struggle of memory against oblivion.
- 밀란 쿤데라, <웃음과 망각의 책>
1.
시사IN에서 삼성 비자금 사건을 읽다가 아내가 내게 물었다. "삼성 X파일 사건이 뭐였지?" 이상호 기자, 안기부, 도청, 비자금... 단편적인 낱말들만 머리를 맴돌 뿐 사건의 핵심과 본질이 기억나지 않았다. 찾아보니 겨우 2년 전 일이다.
[wp]이상호 엑스파일[/wp] - 위키백과
2.
전에는 대통령 후보 이명박씨가 어떤 일로 국회의원을 그만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선거법 위반이었던가... 수많은 블로거를 선거법 위반자로 만들고 있는 사람이 선거법을 어겼을리가.
[wp]이명박[/wp] - 위키백과 (2.8. 선거법 위반과 범인도피)
3.
1997년12월, IMF라는 폭풍 앞에서 내가 병역특례로 두 달 전에 입사한 회사는 당분간 월급으로 차비 정도밖에 못 준다고 알려왔다. 해고되지 않은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던가. 크리스마스 전날 집으로 가는 골목길 어귀에 있는 빵집에서 조그만 케이크를 사 들고 가는 아저씨들을 보며 코끝이 찡했던 기억이 난다. 10년 전이다. 나는, 사람들은,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IMF 따위 걱정하지 않을 만큼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을까? 도덕이니 정의니 그런 것 다 필요 없고 경제가 제일이라고 생각했을까?
적어도 IMF로 생계를 위협받았던 이른바 서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금모으기 운동에 누가 참여했던가?)
4.
기억은 지워지고, 조작되고, 묻혀버린다.
우리의 기억을 끝없이 확장시키고 있는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진실들은 삭제되고, 수정되고, 무의미한 뉴스 속으로 숨어버린다.
어느날 문득 자신의 기억 속에서 커다란 공백을 발견했을 때, 포털의 메인 뉴스에 절대로 뜨지 않는 충격적인 기사를 발견했을 때,
그 때가 바로 싸울 때다. 우리의 기억을 갉아먹는 망각에 대항하여, 인간성을 파괴하는 권력에 대항하여.
'일상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극화의 나사와 검은 양복 (0) | 2007.11.09 |
---|---|
두 가지 생각: 고액권 초상인물 선정과 <정조 이산>의 노론 (0) | 2007.11.08 |
고속버스 뒷자리에서 생각하는 정치 우화 (0) | 2007.10.19 |
선거에 대해 아무 말도 못하는 나라 (8) | 2007.10.18 |
한글은 언제, 누가 만들었을까? (한글날과 집현전) (9) | 2007.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