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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6. 14:56
[일상/독서]
[albook|small|left|8954605923|width=100]아버지 소개로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이민희 지음)이란 책을 읽었다. 조선시대의 책과 서점, 금서와 문제작, 그리고 책을 사랑한 사람들과 책을 미워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책에 얽힌 조선시대의 사건들을 열세 편 다루고 있고, 그 사이사이에 조금 가벼운 '조선의 책 이야기'가 일곱 꼭지 들어간다.
소설사회사를 연구한 저자답게 조선의 여인들이 몰래 읽던 소설 얘기도 재미있고, 중국에서 나온 왜곡된 역사서 하나 때문에 엉뚱하게 책쾌(서적중개상)들이 몰살당한 사건은 놀랍고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다양한 영역에서 조선시대의 금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요즘 시국(국방부 '불온서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금서로 대표되는 새로운 사유에 대한 마녀사냥의 욕망이 지배하는 시대의 책 이야기는 즐거울 리가 없다. 내가 가장 가슴 아프게 읽었던 부분인 "한 영명한 왕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책 - 위험한 변화를 기록한 <심양장계>" 편은 더욱 그렇다.
소현세자 일행이 볼모로 청나라에 끌려가면서부터 8년만에 돌아올 때까지 본국에 보낸 일종의 보고서인 <심양장계>는, 세자가 외교적 역량을 쌓아가면서 왕의 재목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아버지 인조의 의심과 미움이 커져가는 과정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세자는 돌아온 지 두 달만에 조선 역사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을 남기고 의문사하고, 인조는 세자빈과 자신의 손자인 그 아들들에게까지 사약을 내린다.
[albook|small|right|8936413058|width=100]저자의 이런 감정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리라. 결국 나는 충동적으로 최근 다시 번역 출간된 <심양장계 - 심양에서 온 편지>를 지르고야 말았다.
한 권으로는 내가 가진 책 중에서 가장 두껍다. 천 쪽이 넘는 이 편지들에는 또 수많은 주석이 달려 있어 소설마냥 쉽게 읽을 수도 없다. 그러나 이런 책이 번역되어 나온 것 자체가 고마울 뿐이니 틈나는대로 읽어보려 한다.
덧붙여,
예나 지금이나 우리 나라의 학문은 최신 이론의 수입에서 시작된다. (유행도 마찬가지인듯.) 어떤 이들이 보기에 조선시대는 번역이란 중간과정이 필요없었던, 바람직한 글로벌 환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소설사회사를 연구한 저자답게 조선의 여인들이 몰래 읽던 소설 얘기도 재미있고, 중국에서 나온 왜곡된 역사서 하나 때문에 엉뚱하게 책쾌(서적중개상)들이 몰살당한 사건은 놀랍고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다양한 영역에서 조선시대의 금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요즘 시국(국방부 '불온서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금서로 대표되는 새로운 사유에 대한 마녀사냥의 욕망이 지배하는 시대의 책 이야기는 즐거울 리가 없다. 내가 가장 가슴 아프게 읽었던 부분인 "한 영명한 왕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책 - 위험한 변화를 기록한 <심양장계>" 편은 더욱 그렇다.
소현세자 일행이 볼모로 청나라에 끌려가면서부터 8년만에 돌아올 때까지 본국에 보낸 일종의 보고서인 <심양장계>는, 세자가 외교적 역량을 쌓아가면서 왕의 재목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아버지 인조의 의심과 미움이 커져가는 과정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세자는 돌아온 지 두 달만에 조선 역사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을 남기고 의문사하고, 인조는 세자빈과 자신의 손자인 그 아들들에게까지 사약을 내린다.
"비극으로 끝난 희망, 그것을 읽는 것만큼 가슴 벅찬 고통은 없을 것이다." - 193쪽
[albook|small|right|8936413058|width=100]저자의 이런 감정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리라. 결국 나는 충동적으로 최근 다시 번역 출간된 <심양장계 - 심양에서 온 편지>를 지르고야 말았다.
한 권으로는 내가 가진 책 중에서 가장 두껍다. 천 쪽이 넘는 이 편지들에는 또 수많은 주석이 달려 있어 소설마냥 쉽게 읽을 수도 없다. 그러나 이런 책이 번역되어 나온 것 자체가 고마울 뿐이니 틈나는대로 읽어보려 한다.
덧붙여,
예나 지금이나 우리 나라의 학문은 최신 이론의 수입에서 시작된다. (유행도 마찬가지인듯.) 어떤 이들이 보기에 조선시대는 번역이란 중간과정이 필요없었던, 바람직한 글로벌 환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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