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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야마 유메아키'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 7. 25. 16:57

일본 미스터리 문학 즐기기 카페에 '느린시간'이란 닉네임으로 남겼던 글과 댓글을 재활용하여, 올해 읽은 일본 추리소설 신간들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 봅니다. (책을 읽은 분들만을 위한, 불친절하고 스포일러 가득한 리뷰랍니다.)

[albook|small|right|8925518651|width=100]<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대전으로 돌아오니 "0교시, 우열반 자율화" 같은 뉴스들만 기다리고 있네요.
회랑정 살인사건의 교훈도 그런 것이었지요. 부모를 잘 만나든지, 얼굴이라도 잘 생기든지.
그러나 우리 딸은 괜찮을 것 같아요. 아, 아닌가?

바란

"내가 어때서!"


("벚꽃지는 계절에 엄마는 딸에게 헤드락을 거네"에서 - 비공개 설정)

[albook|small|right|8952750624|width=100]<외딴섬 퍼즐>, 아리스가와 아리스

에가미 선배는 직소 조각의 산을 파헤치더니 분류를 시작했다. (......) 조각을 맞추려고 하지는 않고 그저 뱀을 이루는 조각들을 모으고만 있다.
"흐음, 기본을 이해하고 있구먼."
의사는 에가미 선배의 작업을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이 방법밖에 없지 않습니까?"
에가미 선배의 말에 소노베는 빙긋 웃었다.

<월광게임>보다 조금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각 장의 제목 - 밀실 퍼즐, 자전거 퍼즐, 모아이 퍼즐, 자살 퍼즐, 직소 퍼즐 - 처럼 아기자기한 트릭들이 흥미로웠고, 풋풋한 주인공들의 청춘(!)도 남쪽 바다 작은 섬에 잘 어울렸습니다.

독자에 대한 도전을 마주하고 저는 솔직히 범인을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머리가 굳은 건지, 지나치게 많은 힌트들에 집중력을 잃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에가미 선배의 추리와 더불어 범인이 밝혀지고 나니 조금만 더 생각해볼 걸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뭐, 늘 그렇지만요.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만 논리적인 추리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밖의 수수께끼 - 범행의 동기나 방법, 밀실 트릭, 다잉 메시지 등 - 는 범인이 고백하기 전에는 추측만 가능한 것들입니다. 알찬 '퍼즐 북'을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좀 아쉬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주인공 커플의 데이트와 보물찾기 같은 건 추리의 대상이 아니라도 언제나 재미있는 읽을거리니까 괜찮습니다.

앞에서 인용한 대화는 책의 초반부에 나옵니다. 에가미 선배는 비슷한 방법으로 뱀이 아니라 사건을 이루는 힌트 조각들을 모아 범인을 맞춥니다. 그러나 '이 방법밖에 없다'는 그의 차가운 지성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범인을 도출해 내고,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결말을 이끌어 냅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궁지에 몰린 범인이 으레 저지르는 행동 - 범행을 부정하면서 오히려 탐정의 추리에 장단 맞추기 - 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슬프군요.

("<외딴섬 퍼즐>을 푸는 한 가지 방법, 그리고 번역 실수"에서)
 
[albook|small|right|8901083388|width=100]<제3의 시효>, 요코야마 히데오

최근에 <제3의 시효> 관련 글에서 소설의 내용이 만화책 <강력1반>의 2권으로 나와 있다는 얘길 듣고 검색해보니 새 책은 절판이고 중고는 때맞춰 한 질(1-4권) 있더군요. 사는김에 <절대미각 식탐정> 1-8권도 같이... (이건 절판은 아니지만 싼맛에)

강력1반 만화책

<강력1반>은 눈을 뗄 수 없을만큼 흡인력 있는 스토리 + 깔끔한 성인만화 그림체입니다.
특히나 고독한 야수들이 모인 강력반 조직 내부의 갈등이 사건에 깔려 있어 더 흥미롭네요. 2권 "제3의 시효"는 결말이 여운을 남기고 있고, 1권 "침묵의 알리바이", 3권 "밀실의 구멍", 4권 "죄수의 딜레마" 모두 원작의 힘이 느껴집니다. 앞으로 요코야마 히데오의 강력1반 시리즈도 계속 출간된다죠?
다만 결말을 이렇게 다 알아버려서... 전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관심을 가져보겠습니다. ^^

("중고 만화 <강력1반>, <절대미각 식탐정>"에서)

[albook|small|right|8991684475|width=100]<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히라야마 유메아키

며칠 전, 동네 서점에서 제목이 가물가물한 책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횡축 메르카토르 도법의 이해> 비슷한 제목의 소설이 있나요?"
아저씨는 '도법의 이해'로 검색하시더니 고개를 젓고... (그게 뭔 지도책이여?)
알고보니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이었다죠.
고등학교 지리시간에 공부를 너무 많이 했나봅니다. 아직도 UTM을 기억하고 있다니...
결국 인터넷으로 사서 다 읽은 기념으로 고백합니다.

('한 마디' 게시판에서)

느린시간: "오퍼런트의 초상"은 이퀼리브리엄(영화) 같이 디스토피아를 다룬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데 제게는 그것이 <1984>였습니다. "끔찍한 열대"에서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연상하신 분들도 꽤 있겠죠?

(구름이님이 쓴 "히라야마 유메아키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의 댓글)

[albook|small|right|890108371X|width=100]<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의 세번째 단편 "비할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은 다잉메시지에 대한 탐구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다잉메시지가 나오죠. 이 글은 그 첫번째에 대한 사소한 정보와 감상입니다.

피해자의 강력한 소망을 담고 있는 첫번째 다잉메시지는 겐지 향(香) 기호인지라 우리 나라 독자로서는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는 위키 백과가 제일이죠. '香の図' 항목에 다음 기호 일람표가 나옵니다.
겐지 향 기호표

©Wikipedia


52가지 기호를 겐지이야기(源氏物語)의 권 제목들로 이름붙였다고 합니다.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내용을 읽어보니, 아하! 이건 5가지 향기를 구별해내는 게임에서 답을 표시하는 방법 - 일종의 OMR 카드 기입법 - 이었군요.

그러니까, 출제자가 5가지 종류의 향목(香木)들 25개를 섞어서 5개를 골라냅니다. 그럼 참가자들은 순서대로 하나씩 향기를 맡고 서로 같은 것을 줄을 이어 표시하는 거죠. 하쓰네(初音)는 오른쪽부터 시작해서 2번과 4번이 같은 향이고, 3번과 5번도 같은 향이란 의미인 듯합니다. 13번 아카시(明石)는 5개 중 3,4번만 같다는 뜻이겠죠. 경우의 수를 따져보니 정확히 52가지가 있군요. 어쨌든 꽤나 호사스런 놀이인 건 분명합니다.

살인자를 표시하는 이 다잉메시지의 특이한 점이라면 전달의 대상(단 한사람)과 전달의 목적(복수!)인데 그런 이중적인 구조가 제게는 정말 참신했습니다. <월광게임>에서의 그 불량품 다잉메시지에 너무 실망했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그래서 책 147쪽에 그려진 '아카시'가 (밟혔다는 구실로) '1011'로 보이게 꼬아 놓은 정도는 그냥 넘어가렵니다.

번거롭긴 했지만 이렇게 찾다 보니 이 단편이 조금 더 재밌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건 제가 아직 <X의 비극>을 읽지 않았다는 거죠. 이걸 어떻게 구해 본다?

(""비할 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의 다잉메시지 (스포 잔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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