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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30. 00:59
어느 게시판에서 본 이 표현(제목)을 자꾸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한테는 아무런 이익이 없어도 나라만 잘 살게 하면 돼."라며 이명박을 지지하는 20대 기간제 교사인 누이의 선택도 곱씹어 본다. 그녀의 말은 힘든 현실 속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20대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까?

개인과 집단
개인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따른다. 당연한 일이다. '나'란 존재는 단지 내가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의 총합일 뿐이라는 극단적 견해를 따르지는 않더라도, 합리적인 이성을 가정한다면 개인과 그 개인이 속한 집단의 이해관계는 어떤 식으로든 수렴한다. 따라서 서로 대립하는 집단에 속한 개인들간의 이해관계도 대립할 수밖에 없다.

신기한 사회 통합
그런데 어떻게 재벌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같은 사람을 지지할 수 있을까? 경제적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는데 정치적으로는 계급을 뛰어넘는 사회 통합이 가능하다니.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1.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놀라운 경제정책
2. 양쪽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화해시킬 수 있는 대단한 리더십
3. 양쪽의 비위를 맞추는 일관성 없는 사탕발림

위대한 국민
나는 3번이 정확한 이유인 것 같지만 주위에 함부로 얘기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그건 다수 국민들이 거짓말에 속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위대해서 잘못된 선택이나 실수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승만은? 박정희는? IMF는? 황우석은? 물론 위대한 국민들은 이런 잘못들을 결국은 바로잡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리긴 했지만. 나는 그런 의미에서만 목숨과 노력을 바쳤던 '위대한 국민'을 믿는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지지율이 높을수록 국민들의 위대함을 더 강조한다.

다수, 대세, 정답?
그렇게 위대한 우리 나라 국민들의 성향이지만 내가 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사표 방지 심리'와 '대세론'이라는 정치 행태다. 자신의 선택이 다수가 아닌 소수에 속하게 되는 것을 왜 그리 꺼리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정치적 다수가 어떻게 대세라는 감투를 거저 얻을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시험을 하도 많이 치르다 보니 투표에서도 정답을 찾으려는 것은 아닌지. 어쨌든 그 결과로 원래 지지하지도 않던 다수이자 대세에 억지로 끼어들면 무슨 이익이 있는 건지...

그러다 보니...
먹고살기 힘들다고 가난한 사람들이 우익을 찍기도 한다. 그러나 먹고살기 편하다고 부자가 좌익을 찍는 것은 본 적은 없다. 참여정부 들어 아파트 값이 그렇게 올랐다지만 그런 지역에서 현 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언제나 바닥이다. 야당이 집권했다면 더 오를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도 같은 야당을 지지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뭘까?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돼 버린 마당에 계급에 대한 자부심까진 무리라 치더라도 현실 인식은 정확해야 할텐데, 먹고살기 힘드니 그것마저 언론이라는 것들에게 맡겨버린 걸까. (예로 든 아파트 값 얘기는 비정규직 비율로도 바꿀 수 있다. 중요한 건 가난한 사람들의 선택.)

정치에 대한 환상
정치가 모든 국민들을 만족시킬 수 없음을 공자님도 알고 계셨다.

子貢問曰: "鄕人皆好之, 何如?" 子曰: "未可也." "鄕人皆惡之, 何如?" 子曰: "未可也. 不如鄕人之善者好之, 其不善者惡之."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면 마을의 모든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은 어떠합니까?"
"그 역시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없다. 마을의 선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마을의 불선(不善)한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만 같지 못하다."

주자(朱子)의 주석에는 마을의 선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마을의 불선한 사람들 또한 미워하지 않는 사람은 그의 행(行)에 필시 구합(苟合, 또는 迎合)이 있으며 반대로 마을의 불선(不善)한 사람들이 미워하고 마을의 선한 사람들 또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그의 행(行)에 실(實)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재벌이 좋아하고 비정규직이 또한 미워하지 않는 정치인이라... (반대로, 비정규직이 좋아하고 재벌이 미워하지 않는 정치인은 있을 수 없다. 가진 쪽은 현실을 직시하니까.) 苟合 또는 迎合을 요즘 정치 용어로 표현하자면 포퓰리즘이 될 것이다.

선택의 문제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것은 이 나라를 자신과 자신의 집단이 원하는 대로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부디 모든 후보들이 솔직하기를.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이라도 냉정하기를. 어차피 옳고 그른 것이 없는 정치적 선택에서 국민들이 그 결과를 '자신의' 미래로 그려보았으면 좋겠다. 나는 나에게 이익이 되는,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내가 원하는 정치, 내가 바라는 미래를 선택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것이 소수에 속해 당장 이루어지지 못하더라도, 나는 나의 선택을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

누이동생에게
생활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가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부모님도 이미 너와는 아주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일 뿐. 나의 이익은 내가 지켜야 하는 이 사회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며 선택해 보자. 먹고살기 힘들지만 고민한 만큼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