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ook|small|right|8984013188|height=150]약한 몸살을 핑계삼아 누워서 책만 읽고 있다.
시티즌 빈스 Citizen Vince, 제스 월터, 2005
집 근처 서점에서 가볍게 사 들고 온 책. 영림 카디널에서 나온 블랙캣 시리즈 최근작이고 2006년 미국추리작가협회상(에드거 상)을 받았다니, 요즘 일본 추리소설에 편중된 독서 경향을 좀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읽는 중간에 도착한 "살육에 이르는 병"에 결국 순서를 뺐기고 말았지만.
미국 추리소설은 엘러리 퀸 말고는 잘 모른다. 재작년 전에 읽었던 "부활하는 남자들"이 기억나는데, (부패한) 경찰과 갱은 미국 대중소설의 필수요소인가 싶다. 그러나 이 책, 빈스라는 사람의 파란만장한 일주일을 다룬 이 이야기는 거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생뚱맞게도, 민주주의.
1980년 10월, 주인공은 쫓기는 와중에서도 며칠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찾아나간다. 중죄를 저지르면 미국에선 두 가지 권리를 잃게 된다고 한다. 총기 소지권과 투표권. 그러나 사람들에게 총은 너무나도 구하기 쉽고, 투표는 관심조차 없는 일이다. 뻔한 과거와 증인보호 프로그램 덕분에 생전 처음 투표권을 갖게된 시민 빈스. 어쩌면 이 소설은 평범한(?) 시민의 투표를 방해하는 온갖 것들의 음모를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1980년의 미국 대선은 재선에 도전하는 카터와 레이건의 대결이었다. 작가가 중간에 두 진영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정치와 민주주의 (그리고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관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권력을 잡으면 부랑자와 매춘부들을 없애버리겠다면서도 뒷골목 인생들에게 한 표를 부탁하는 것, 전혀 모르는 사람들 중에서 한 사람을 나의 미래를 위해 선택하는 것.
이런저런 이유로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해 좀 관심이 생겼다. 아니, 호감이 생겼다.
"문제는 바로 이겁니다. 각하께서는 국민들의 약점을 떠올리게 하십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레이건을 원했다.
"사람들이 보스에게 원하는 건 딱 한 가지야. 그게 뭔지 알아? 바로 겁을 내지 않는 거야. (중략) 사람들이 두 번째로 원하는 건 머리카락이야. 겁쟁이나 대머리는 대통령이 될 수 없어."
추리소설의 결말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지만, 설마 레이건이 이긴다는 얘기도 못하는 건 아니겠지? ^^;
'일상 >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고전 추리소설의 재미 - <문신살인사건>과 나루토 (1) | 2007.04.01 |
---|---|
시간과 기억 - <스몰 월드> (0) | 2007.03.21 |
반전(反轉)만을 기다리는 독서는 이제 그만... <살육에 이르는 병> (3) | 2007.03.12 |
재미있는, 그러나 읽기 어려운 소설 - 미국의 송어낚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1) | 2007.01.26 |
내맘대로 일본 추리소설 리뷰 2 (1) | 2007.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