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바람이 들어서였을까, 어제 문득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님 - <강아지똥>의 작가라고 하면 우리 나라 엄마들은 다 알 듯 - 의 시 한 편을 읽었다. "애국자가 없는 세상"이란 제목의 시인데, 이렇게 시작한다.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전문은 여기에 있다. 어쩌면 커트 보네거트의 <나라 없는 사람>과도 닮았다. 나라를, 세상을 살리겠다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싫어 그 분의 삶을 되새겨보며 이것저것 찾다보니 오늘(5월17일)이 돌아가신지 딱 두 해가 되는 날이었다. 그래서 밤에 아내에게 얘기하여 선생님이 사셨던 마을, 안동 조탑리 탑마을로 바란이와 함께 소풍을 가기로 했다.
청원에서 상주까지 고속도로가 뚫렸지만 대전에서 안동은 여전히 멀다. 전날 큰 비를 내렸던 구름이 산봉우리에 걸려 있는 고속도로를 지나 지방도로 접어드니, 길마다 논을 돌보는 농부들의 농기계가 털털거리며 흙자국을 남기고 간다. 우리 가족 나들이치고 이렇게 일찍 나선 날도 없었지만 남안동IC 근처 탑마을에 들어서니 12시가 벌써 넘었다. 출발하기 전에 확인한 지도에서 권정생선생님이 살던 곳은 이렇게 나온다.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마을에 들어서자 전세버스도 보이고 먼저 왔던 사람들이 여럿 골목길에서 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좁은 길을 바삐 걸어 올라갔다.
어제 추모식이 있었다 한다. 아내는 이 집을 보고 많이 놀란 눈치였다. 집 뒤편에서 보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겠다는 걱정이 절로 든다.
바란이에게 사진 속 할아버지가 강아지똥 동화를 썼다고 얘기해 주었으나 고개만 갸웃거렸다.
오히려 개집에 관심이 더 많다. 어떤 개였을까? 주인을 닮았겠지.
집 뒤로는 개천이 흐르고 뒷산이 보인다. 누군가 얘기하길 이 집은 하천 둔치에 지은 무허가 건물이었다던가...
주위를 돌아보다 다시 길을 따라 내려온다. 돌담 틈에 풀꽃이 피어 있다. 강아지똥도 이런 곳에서 민들레 꽃을 피웠으리라.
바란이는 점심 도시락을 까먹을 생각에 신났다. (흐린 날씨에 바람도 많이 불어 우리들은 마을 어귀에 차를 세우고 그 안에서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다.)
내려와서는 가까이 있는 일직교회에 들렀다. 권정생 선생님은 이곳에 자리를 잡고 한동안 교회에 딸린 방에서 기거하며 새벽마다 맨손으로 종탑의 종을 울렸다. 손이 시리니 장갑을 끼라는 얘기에 이렇게 대답했다 한다.
글은 교회 목사님이 쓴 것이다. (자기 손으로 이렇게 써 남길 분이 아니다.) 일직교회 이창식 목사님은 다른 교인들과 함께 이곳을 찾는 손님들을 친절히 맞이하고 계셨다. 우리도 작지만 귀한 선물을 받았다.
지난 주, 교수님과 랩 학생들 모두가 함께 몽골을 다녀왔습니다. International Conference on Electronics,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ICEIC 2006)에 6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랩 선배들인 Shirbazar(쉬레), Enkhbayar(바야르 아저씨)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몽골 북부에 있는 홉스골 호수-달라이(바다)라고 한답니다-도 2박3일로 들러 유목민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보고 겪고 왔습니다.
홉스골 해변에 자리잡은 Blue Pearl 캠프는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바닷가 풍경과 우리가 묵었던 게르의 모습을 먼저 올려봅니다. (폰카 사진입니다... 친구들이 찍은 좋은 사진 곧 올릴 기회가 있겠지요.)
9월24일(금) 계족산
추석 연휴를 앞두고 우리 교수님과 노재정 교수님 랩 학생들이 함께 학교에서 바라다 보이는 계족산을 올랐다. 대전을 둘러싼 나즈막한 산들 중 하나인 계족산은 정상 부근 계단이 가파른데다 나는 감기 몸살까지 겹쳐 아주 힘들었다. 내려오면서 대덕연구단지쪽으로 해지는 광경을 감상하고 노은수산시장에서 바닷가재와 회를 같이 먹었다.
10월2일(토) 용봉산
홍성 부근에서 등산하기 좋은 바위산인 용봉산을 교수님은 어찌 아셨는지 졸업생들과 함께 계획을 잡으셨다. 병락형, 희대형, 그리고 신혼부부 숙경이 내외, 기백이, 정환이, 희태까지 짬을 내어 모였다. 맑고 시원한 날씨에 재미난 바위들이 많은 용봉산 산행은 즐거웠고 안면도 백사장해수욕장에서 먹은 대하도 맛있었다.
10월8일(금) 군자산
올해는 송이버섯을 제대로 맛보자는 구실로 속리산 국립공원에 있는 군자산을 올랐다. 군자산은 900미터가 넘는 높이 이상으로 험했다. 초입부터 가파르게 정상까지 올랐더니, 못믿을 거리를 말해주는 이정표를 따라 내려가는 길에는 디디고 걷기 불편한 돌길이 끝까지 이어졌다. 작년에 왔던 그 집 할머니는 여전히 친절하고 인심 좋으셨고 자연산 송이의 향기는 짙었다.
그리고 쌓여가는 사진들을 어떻게 정리하면서 웹으로 볼 수 있게 할까 고민하다 Powertoys for Windows XP에 들어있는 HTML Slide Show Wizard를 이용하여 앨범을 만들었다. 위에 있는 날짜마다의 링크로 구경해 보시길 (내가 찍은 사진들만 올렸다). 사용하기 간단하고 기능이 괜찮다. 갖고있는 다른 사진들과 랩 홈페이지에도 적용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