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18. 00:56
[여행/가족]
무슨 바람이 들어서였을까, 어제 문득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님 - <강아지똥>의 작가라고 하면 우리 나라 엄마들은 다 알 듯 - 의 시 한 편을 읽었다. "애국자가 없는 세상"이란 제목의 시인데, 이렇게 시작한다.
전문은 여기에 있다. 어쩌면 커트 보네거트의 <나라 없는 사람>과도 닮았다.
나라를, 세상을 살리겠다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싫어 그 분의 삶을 되새겨보며 이것저것 찾다보니 오늘(5월17일)이 돌아가신지 딱 두 해가 되는 날이었다. 그래서 밤에 아내에게 얘기하여 선생님이 사셨던 마을, 안동 조탑리 탑마을로 바란이와 함께 소풍을 가기로 했다.
청원에서 상주까지 고속도로가 뚫렸지만 대전에서 안동은 여전히 멀다. 전날 큰 비를 내렸던 구름이 산봉우리에 걸려 있는 고속도로를 지나 지방도로 접어드니, 길마다 논을 돌보는 농부들의 농기계가 털털거리며 흙자국을 남기고 간다. 우리 가족 나들이치고 이렇게 일찍 나선 날도 없었지만 남안동IC 근처 탑마을에 들어서니 12시가 벌써 넘었다. 출발하기 전에 확인한 지도에서 권정생선생님이 살던 곳은 이렇게 나온다.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마을에 들어서자 전세버스도 보이고 먼저 왔던 사람들이 여럿 골목길에서 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좁은 길을 바삐 걸어 올라갔다.
어제 추모식이 있었다 한다. 아내는 이 집을 보고 많이 놀란 눈치였다. 집 뒤편에서 보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겠다는 걱정이 절로 든다.
바란이에게 사진 속 할아버지가 강아지똥 동화를 썼다고 얘기해 주었으나 고개만 갸웃거렸다.
오히려 개집에 관심이 더 많다. 어떤 개였을까? 주인을 닮았겠지.
집 뒤로는 개천이 흐르고 뒷산이 보인다. 누군가 얘기하길 이 집은 하천 둔치에 지은 무허가 건물이었다던가...
주위를 돌아보다 다시 길을 따라 내려온다. 돌담 틈에 풀꽃이 피어 있다. 강아지똥도 이런 곳에서 민들레 꽃을 피웠으리라.
바란이는 점심 도시락을 까먹을 생각에 신났다. (흐린 날씨에 바람도 많이 불어 우리들은 마을 어귀에 차를 세우고 그 안에서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다.)
내려와서는 가까이 있는 일직교회에 들렀다. 권정생 선생님은 이곳에 자리를 잡고 한동안 교회에 딸린 방에서 기거하며 새벽마다 맨손으로 종탑의 종을 울렸다. 손이 시리니 장갑을 끼라는 얘기에 이렇게 대답했다 한다.
글은 교회 목사님이 쓴 것이다. (자기 손으로 이렇게 써 남길 분이 아니다.) 일직교회 이창식 목사님은 다른 교인들과 함께 이곳을 찾는 손님들을 친절히 맞이하고 계셨다. 우리도 작지만 귀한 선물을 받았다.
돌아오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그건 다음에 정리하도록 하자.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전문은 여기에 있다. 어쩌면 커트 보네거트의 <나라 없는 사람>과도 닮았다.
나라를, 세상을 살리겠다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싫어 그 분의 삶을 되새겨보며 이것저것 찾다보니 오늘(5월17일)이 돌아가신지 딱 두 해가 되는 날이었다. 그래서 밤에 아내에게 얘기하여 선생님이 사셨던 마을, 안동 조탑리 탑마을로 바란이와 함께 소풍을 가기로 했다.
청원에서 상주까지 고속도로가 뚫렸지만 대전에서 안동은 여전히 멀다. 전날 큰 비를 내렸던 구름이 산봉우리에 걸려 있는 고속도로를 지나 지방도로 접어드니, 길마다 논을 돌보는 농부들의 농기계가 털털거리며 흙자국을 남기고 간다. 우리 가족 나들이치고 이렇게 일찍 나선 날도 없었지만 남안동IC 근처 탑마을에 들어서니 12시가 벌써 넘었다. 출발하기 전에 확인한 지도에서 권정생선생님이 살던 곳은 이렇게 나온다.
돌아오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그건 다음에 정리하도록 하자.
권정생 선생님 (1937~2007.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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