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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11. 25. 12:40
과학과 윤리의 방법은 다르나 근본 목적은 같다. 더 나은 인간의 삶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과학은 이론을, 윤리는 규범을 낳고, 이들은 인간의 모든 활동에 적용된다.

과학과 윤리는 때로 충돌한다. 과학이 윤리의 울타리를 넘어설 때 그런 상황이 나타난다. 과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윤리가 과학의 발전을 방해한다"고 말하며, 윤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윤리적인 고려와 제어가 없는 과학은 불행한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여론은 전자에 가깝다.

시대에 뒤떨어진 윤리는 무엇이고, 과학의 발전은 무엇인가?
윤리는 실제 현실에서 그 사회의 맥락에 따라 상대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우리 사회 가치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윤리를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한다.
과학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 줄 때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줄기세포의 활용을 포함한 생명공학 연구의 성과는 분명 과학의 발전이다.
이번 사건에서 많은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제도화된 윤리 규범이 낡은 것이라 말한다.

과학 이론은 검증될 수 있지만, 윤리 규범은 그렇지 않다. 윤리는 단지 각자에 의해 성찰될 수 있을 뿐이며 개인의 양심이 유일한 기준이다. 한편, 제도화된 사회 윤리는 그 사회의 "양심적 집단"에 의존한다. (조선시대의 사대부, 초기 미국의 청교도, 중세 일본의 무사...) 그 집단의 존재와 성격은 역사적인 문제이지만, 현실에서 "그들"의 윤리는 사회 전체 구성원들에 의해 인정되고 내재화된다.
어쨌든 윤리는 기본적으로 다수결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정치적 논리가 윤리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적어도 네티즌의 여론은 윤리 문제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지금까지 인터넷 여론의 행태를 보라.)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윤리적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양심적 집단과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과연 존재하고 인정받고 있는가?
조선시대에는 사대부 집단의 성리학적 윤리(강상의 규범)가 전체 사회를 지배하며 인정되었다. 지금의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사회적으로 얼마나 인정되는가? 과학계, 종교계, 학계의 인사들과 정부 관료가 참여하지만 어느 집단도 정당한 권한의 위임을 얻지 못했다. 과학계는 논외로 치고, 국민 대다수가 목사님과 신부님, 스님, 교수님, 장관님을 존경하고 따르려 하는지 의문이다. 다음 그림은 그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5.5%는 "사회지도층"이 일반인보다 더 부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윤리적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윤리는 무시된다. 부도덕한 정치권력이 짧게는 백여년, 길게는 삼백년 이상 윤리를 무시한데다 IMF의 기억과 부동산 투기라는 결정타를 맞은 결과, 이제 우리 사회의 윤리는 (물질적) 성과로 대체되었다. 이제는 과학의 발전에 딴지를 걸 윤리가 사라졌으며, 대중은 윤리를 말하는 사람이 부자인지 거지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애국자인지 매국노인지, 종교는 무엇인지,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누구를 시기하는지에 더 관심을 갖는다.

최근의 상황은, 지나친 힘을 가진 윤리가 과학과 충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과 보조를 맞춰야할 윤리가 아예 부재하기에 나타난 결과이다. 사람들의 논의에 법과 규칙은 있으나 윤리는 없다.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이번 사건에 대해 태터센터에 올라온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읽다가 꼭 인용하고 싶은 글을 발견했다.
http://blog.empas.com/generate/11432494

......
우리 나라에서, 윤리와 명분이 무능한 자들의 다리걸기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한국인들의 의식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다. 그것은 지난 세월동안, 행동으로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입으로는 번드르르한 말을 내뱉아왔던, 힘을 가진 소수 인간들의 이기심이 빚은 결과다.

사람들은 실망해왔고, 그만큼 여유를 잃어버린 것이다. 나는 이것이 가장 슬프다.


내 생각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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