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성술 살인사건'에 해당되는 글 1건
2007. 1. 9. 14:47
[일상/독서]
연말에 주문했던 책들이 1월2일에 학교로 배달되어 왔습니다.
알라딘에서, 코믹스톰에서, 그리고 코믹114(중고만화책)에서...
일단 재밌게 읽은 책은,
[albook|small|left|895274781X|]점성술 살인사건
흥미진진하고 엽기적인 일본 추리소설입니다.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트릭이 너무 많이 알려진 추리소설'이라는 얘기가 있다는데요, 저 역시 읽고 들은 게 많아서인지 대충 감이 잡히더라구요.
가장 중요한 트릭이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아예 그대로 나왔다면서요? 제가 기억하는 것은 가볍게 다뤘던 Q.E.D., 탐정학원Q에서였고, "이야기 파라독스"에는 자세히 소개되지요. 더 이상은 침묵. (아내가 지금 읽고 있는 중이라서...)
1980년에 출판되어 신본격의 시초라고 일컬어진다는데, 제가 읽은 신본격이라고 해봤자 십각관, 시계관, 그리고 "모든 것이 F가 된다" 정도라... (아, 만화로 나온 "월관의 살인"도 있다!) 어쨌든 기대했던 만큼 - '모든' 사건과 단서들이 결말과 트릭의 풀이를 향해 정교하게 짜인 구조물 - 은 아니지만 충분히 재밌습니다. 다만 탐정이 좀 불친절하네요.
[albook|small|right|8991643159|]뿌리 깊은 나무 1,2권
한국형 팩션이랄까요. 겉모습은 그렇습니다. 띠지에 나온 대로 "장미의 이름"과 "다빈치 코드"를 벤치마킹한 듯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대신 가상의 책 "고군통서", 다빈치의 그림 대신 한글을 대입하면 세종대왕 시대의 궁궐을 배경으로 이런 이야기가 나오겠죠.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 이런 해석은 그야말로 '낚인' 겁니다. 이 책은 아주 정치적이에요. (XX일보가 이 책을 추천한다는 건 기자가 책을 읽지도 않았다는 얘기.) 배달 글자를 만들어 놓고 엉뚱하게 '훈민정音'이라고 이름지을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왕조가 끝날 때까지 "훈민정음"이라는 책을 인쇄하여 발간할 수 없었던 세종대왕의 고민을 이 소설은 깊이 있게 다루고 있거든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류의 소설과는 비교 불가!)
물론 역사적 사실(=실록)에 허구를 상당히 가미했다는 점은 이해해야죠. (책 말미에 연보를 달아주는 배려도...) 그런데 한글에 대해서라면 역사 미스테리물이 수십권은 쏟아질 수 있는 이야기거리가 있는데 우리 나라 소설가들이 지금까지 좀 무관심했던 것도 같고... 그것도 고조선, 조선, 나라잃은 시대를 걸쳐서 말이죠. 이 소설을 읽고, 려증동 선생님의 "배달글자"와 "배달겨레 문화사"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중세 한국어 연구를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wp.ja]小倉進平[/wp](오구라 신페이)가 경성제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만간 제가 훈민정음 조작 사건 시말의 네티즌 판을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 기사: 오마이뉴스, "왜 우리 글자를 <훈민정음>이라고 했을까"
바람의 닌자 원제: 한조의 문(半蔵の門) 1-12권
앞에 소개한 책과 너무 판이한데요? ^^; 일본 전국시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닌자이자 가신이었던 핫토리 한조 이야기입니다. 완전 성인물! 원래 한 권에 정가 4500원이던 걸 중고로 500원씩에 샀으니 대박!이라 생각했지만 12권으로 완결이 아니었다니... 아무튼 아저씨들이 왜 "大望"(="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열광하는지 조금 알겠습니다.
12권에서 이야기는 미카타카하라 전투(도쿠가와가 신겐에게 개박살...) 직전에 끝이 납니다. (나머지는 인터넷 검색으로 공부해라? - 일본역사 이야기) 그 유명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스타일을 조금 맛볼 수 있겠습니다. 이 만화를 보고 나니 "나루토"가 완전히 왜색이란걸 잘 알 수 있군요. 일본의 역사물이 한국의 청소년/성인들에게 세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이해도 됩니다. 성리학 이론에 따른 당쟁과 카리스마와 힘에 따른 전쟁, 어느 쪽이 재미있겠습니까? (이야기거리가 되겠습니까?) 퇴계와 율곡이 理와 氣가 아닌 검과 활로 싸우면 어땠을까나...
알라딘에서, 코믹스톰에서, 그리고 코믹114(중고만화책)에서...
일단 재밌게 읽은 책은,
[albook|small|left|895274781X|]점성술 살인사건
흥미진진하고 엽기적인 일본 추리소설입니다.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트릭이 너무 많이 알려진 추리소설'이라는 얘기가 있다는데요, 저 역시 읽고 들은 게 많아서인지 대충 감이 잡히더라구요.
가장 중요한 트릭이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아예 그대로 나왔다면서요? 제가 기억하는 것은 가볍게 다뤘던 Q.E.D., 탐정학원Q에서였고, "이야기 파라독스"에는 자세히 소개되지요. 더 이상은 침묵. (아내가 지금 읽고 있는 중이라서...)
1980년에 출판되어 신본격의 시초라고 일컬어진다는데, 제가 읽은 신본격이라고 해봤자 십각관, 시계관, 그리고 "모든 것이 F가 된다" 정도라... (아, 만화로 나온 "월관의 살인"도 있다!) 어쨌든 기대했던 만큼 - '모든' 사건과 단서들이 결말과 트릭의 풀이를 향해 정교하게 짜인 구조물 - 은 아니지만 충분히 재밌습니다. 다만 탐정이 좀 불친절하네요.
[albook|small|right|8991643159|]뿌리 깊은 나무 1,2권
한국형 팩션이랄까요. 겉모습은 그렇습니다. 띠지에 나온 대로 "장미의 이름"과 "다빈치 코드"를 벤치마킹한 듯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대신 가상의 책 "고군통서", 다빈치의 그림 대신 한글을 대입하면 세종대왕 시대의 궁궐을 배경으로 이런 이야기가 나오겠죠.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 이런 해석은 그야말로 '낚인' 겁니다. 이 책은 아주 정치적이에요. (XX일보가 이 책을 추천한다는 건 기자가 책을 읽지도 않았다는 얘기.) 배달 글자를 만들어 놓고 엉뚱하게 '훈민정音'이라고 이름지을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왕조가 끝날 때까지 "훈민정음"이라는 책을 인쇄하여 발간할 수 없었던 세종대왕의 고민을 이 소설은 깊이 있게 다루고 있거든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류의 소설과는 비교 불가!)
물론 역사적 사실(=실록)에 허구를 상당히 가미했다는 점은 이해해야죠. (책 말미에 연보를 달아주는 배려도...) 그런데 한글에 대해서라면 역사 미스테리물이 수십권은 쏟아질 수 있는 이야기거리가 있는데 우리 나라 소설가들이 지금까지 좀 무관심했던 것도 같고... 그것도 고조선, 조선, 나라잃은 시대를 걸쳐서 말이죠. 이 소설을 읽고, 려증동 선생님의 "배달글자"와 "배달겨레 문화사"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중세 한국어 연구를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wp.ja]小倉進平[/wp](오구라 신페이)가 경성제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만간 제가 훈민정음 조작 사건 시말의 네티즌 판을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 기사: 오마이뉴스, "왜 우리 글자를 <훈민정음>이라고 했을까"
앞에 소개한 책과 너무 판이한데요? ^^; 일본 전국시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닌자이자 가신이었던 핫토리 한조 이야기입니다. 완전 성인물! 원래 한 권에 정가 4500원이던 걸 중고로 500원씩에 샀으니 대박!이라 생각했지만 12권으로 완결이 아니었다니... 아무튼 아저씨들이 왜 "大望"(="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열광하는지 조금 알겠습니다.
12권에서 이야기는 미카타카하라 전투(도쿠가와가 신겐에게 개박살...) 직전에 끝이 납니다. (나머지는 인터넷 검색으로 공부해라? - 일본역사 이야기) 그 유명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스타일을 조금 맛볼 수 있겠습니다. 이 만화를 보고 나니 "나루토"가 완전히 왜색이란걸 잘 알 수 있군요. 일본의 역사물이 한국의 청소년/성인들에게 세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이해도 됩니다. 성리학 이론에 따른 당쟁과 카리스마와 힘에 따른 전쟁, 어느 쪽이 재미있겠습니까? (이야기거리가 되겠습니까?) 퇴계와 율곡이 理와 氣가 아닌 검과 활로 싸우면 어땠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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