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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8. 27. 23:41
나는 만화를 좋아한다.

어릴적 만화가게에서 빌려 봤던 즐거운 모험의 기억이 아직도 두근거린다.
동대문 총판 골목을 어슬렁거리던 대학시절, 몇 년간의 직장생활, 그리고 대학원까지, 내 성인의 시간은 이사할 때마다 골칫거리가 되는 만화책과 함께였다.
방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백권의 만화... 버리고 잃어버린 책들까지 모두 헤아리면 천 권, 이백 종은 충분히 넘겠다. 그만큼 읽었으면 이제 뭔가 밖으로 나올만한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만 부끄럽게 공개하던 서가에 바람을 불러오고 싶다.

90% 이상은 번역된 일본 만화다. 내 취향이 그렇다. 80% 이상이 비현실적인 배경의 얘기다. 내가 좋아하는 SF 만화란 현실과는 이중으로 격리된 세상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거기서 얘기되는 과장된 현실에 상처받고, 감동한다. "Blame!"의 구조물은 도시의 어지러운 거리, "총몽"의 자렘은 지배계급에 대한 동경, "프라네테스"의 목성 탐사선은 세상과 타협한 우리의 꿈이다. 내가 사는 곳은 "카페알파"의 세상처럼 저물어가는 듯 잔잔하기도 하다가, "에덴"의 그것처럼 냉정하고 잔인하기도 하다.

누군가 얘기했듯이, 그런 것은 상상의 문제이다. 하지만 백지 위의 상상은 아니다. '놀라운 상상'은 더할 나위 없이 숨막히는 현실의 가장 뾰족한 그 곳에서 시작한다. 현재와 과거에 대한 알레고리는 무조건 손가락질 받을 것이 아니다. 설사 지금 우리 곁의 인물과 사건이라 해도, 상상이 되고 만화로 그려질 수 있다. 그러나 판에 박힌 모든 것은 패러디의 즐거움은 줄지언정, 새로운 길을 만들고 목표를 그려줄 수는 없다. 좋은 만화는 언제나 무엇인가 이야기한다. 작가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인물들이, 배경이, 예상치 못했던 사건의 전개가, 나를 깨운다.

대체 이 세상에서 만화책이라도 읽지 않고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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