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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킨도너츠'에 해당되는 글 1건
2007. 4. 28.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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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blog.net


사실

며칠 전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24일 밤 pgr21 유머란에 올라왔다는 걸 구글의 저장된 페이지에서 나중에 확인) 흥미로운 글과 사진을 보았다. 이른바, "XX도넛의 진실". 그 주장은 대충,

"XX도넛은 깨끗하고 안전하지 않다."

비위생적인 공장 설비와 참고인들의 진술서, 기타 내부 문건으로 이루어진 이 글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고, 나 역시 그 출처와 진위가 궁금했기에 검색을 해 본 결과, 다음 카페 "안티도넛던킨도넛"에 이르게 되었다. 거기서는 이런 자료에 근거하여 해당 업체에 대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글을 게시판과 블로그로 한창 퍼나를 무렵, 아래의 상황처럼 게시판의 그 글도 사라졌다.

재수없는 던킨 도너츠
던킨 도너츠, 장난하냐? 장난해?
던킨 도너츠, 먹을 게 못된다?(내용수정)

이들 포스트를 보면 상황이 한눈에 보이리라. 해당 업체의 홍보대행사가 권리침해 신고서를 날리면서 놀라운 속도로 인터넷에서 문제의 글과 사진을 청소하고 있다. 다음의 안티 카페에서는 모든 글이 사라졌고, 대형 포털이나 가입형 블로그 서비스에 속한 블로그는 업체를 통해, 독립 블로그는 주인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법적 대응'을 언급하며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 (이 정도의 청소 스피드는 예전의 "연예인 X파일" 이후 처음이다.)

생각

이것이 신속한 대처 방법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방법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뭔가 꿀리는게 있지 않고서야...'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그리하여 사실이든 아니든 (이제는 희귀 자료가 되어가는) 그 글과 사진에 더 큰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자료는 그 자체로 오해의 여지가 없는, '사실'의 조건을 갖춘 근거들이다. 그러나 업체의 대응은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사실 덮어버리기'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오해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일방적인 강요가 아니라 이해시키는 대화이다. 업체는 정당한 의혹에 대해 객관적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공장을 공개하고, 성분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직원들의 근무 조건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한편, 일인 미디어, 웹2.0 등으로 화려하게 치장되던 블로그 역시 '법적 대응' 한 마디에 대부분 꼬리를 내렸다. (현상을 얘기할 뿐, 블로거들의 고뇌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블로그나 게시판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은 복잡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너무나 쉽게 글을 삭제하고 서비스를 (일시로) 중지시킨다. 영업 방해라는 구체적 사안 앞에서 실질적으로 이익을 낳지 못하는 소통의 권리는 약관에 의거하여 정당하게 무시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몇몇 사람들의 배짱과 소신에 기대어 판단의 기초적 근거들을 아직은 접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수많은 블로거와 회사의 소송으로 비화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점은 분명하다. 나를 포함한 블로거들은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정보를 그냥 묵혀두지 않는다는 것. 루머에는 사실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넷은 넓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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