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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에 해당되는 글 2건
2007. 3. 1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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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e-sports(사실은 그냥 스타크래프트 방송 경기)가 최근 아주 시끄럽다.

선수단(팀)을 운영하는 회사들을 중심으로 한 협회(KeSPA)는 프로리그(팀별 대항 리그) 중계권을 팔기 위해 방송사(온게임넷, MBC게임)와 협상하다 안되자 IEG라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에 중계권을 팔고, 협회=IEG가 방송사와 다시 중계권 재판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금요일(3/16), MBC게임의 개인리그 예선 중에 협상 결렬을 전해 들은 다수의 팀들이 경기를 거부하고 퇴장했다. 이 행동은 방송사에 대한 압박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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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orts 팬들은 대부분 경기 거부에 대해 반대하고, 협회=IEG의 무리한 요구를 비난하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의 격렬한 반응(협회 반대, 케스파 개지롤 ^^;)은, 프로리그 '중계권'이란 것이 정당한 것인지는 차치하고, 개인리그 보이콧이라는 수단으로 방송국을 압박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협회의 여러 가지 삽질이 지나친 면도 있다.) 그러나 일부(게임 관련 미디어)에서는 방송사측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며 협회와 선수단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프로리그를 포함한 스타크래프트 게임 중계가 원래 방송국 주도로 시작되었다는 점과, 이번이 첫 중계권 판매 협상이라는 사실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사실 이 문제는 중계권 수익만이 아닌, e-sports의 전반적인 운영에 관련된 대립하는 두 입장의 충돌이다. 협회와 선수단이 주도하는 팀, 프로리그 중심의 운영 vs 방송국이 주도하는 개인리그 중심의 운영. 그런데 지금까지 몇 년의 경험에서 볼 때, 프로리그보다는 개인리그가 더 높은 흥행과 인기, 그리고 경기 수준을 보여줬다는 점이 중요하다. 양 게임방송사의 간판이랄 수 있는 개인리그를 통해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마재윤 등의 스타가 탄생했고 e-sports의 위상도 나름 높아졌다. 그 결과 시청자와 팬들에게 개인리그 없는 e-sports는 앙꼬없는 찐빵이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e-sports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입장의 중간쯤에서 유지되어 왔다. 지난해의 경우 토일월 3일은 프로리그, 화목은 MBC게임의 MSL, 수금은 온게임넷의 스타리그 - 대충 이런 식으로. 협회=선수단은 프로리그의 비중을 더 높이길 원하지만 채널을 쥐고 있는 방송사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개인리그에 중점을 두고싶은 방송사 입장에서도 많은 프로게이머들을 육성하고 그들의 생계를 책임져주는 선수단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나의 입장은? 시청자 또는 팬의 주장은 어떠해야 할까?

특정 선수(단)에 대한 팬이라면 그쪽의 입장을 충실히 따르면 된다. 지금 상황을 보면 거의 협회=선수단(=선수?), 이런 식으로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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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os Corp.

그러나 재미있는 경기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감동을 받고 싶어하는 단순한 시청자(=나)라면 얘기가 다르다. 어린 나이에 밤새 연습하는 선수들에게 조금은 미안하지만, 시청자는 최고의 경기를 보고싶어 한다. 그것은 같은 팀 선배 임요환을 결승전에서 결국 울리고야 만 EVER배 스타리그 우승자 최연성의 집념이고, 주최측의 흥행 고민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며 저그 종족으로 네 번 연속 결승에 올라 3회 우승을 이룬 마재윤의 도도함이며, 지난 토요일 신한은행 마스터즈에서 팀 해체를 앞둔 이윤열이 마재윤에게 돌려준 독기 어린 복수이다. 개인의 두뇌와 손놀림만이 승리의 수단이 되는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은 본질적으로 타임머신이라 불리는 부스에 갇힌 고독한 개인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

협회가 하는 일이 마음에는 안들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 프로리그도 꼭 필요하다. 중계권이란 것이 현실적으로 돈이 되면 협상의 줄다리기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개인 리그를 축소하고 (혹자는 양대 개인리그 중 하나를 없애려는 협회의 음모를 이야기한다.) 모기업의 안정적인 홍보 창구를 유지시키는 프로리그의 확대라면 나는 더이상 e-sports에 관심이 없다. 돈을 받는 '프로' 스포츠라면 시청자가 원하는 최고의 경기를 보여줄 의무가 있지 않은가? 채널이 케이블 방송사든 인터넷 곰TV든 무슨 상관이랴. 시청자들은 e-sports란 이름 이전부터 이어져온 개인리그의 감동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협회와 선수단은 프로리그 중계권 협상을 개인리그 참가와 연계하지 말라. 시청자들이 원하는 '프로게이머'는 최고의 자리를 향해 노력하는 선수들이다.
2006. 4. 5. 15:45
나도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한다. 양대 방송사의 메이저급 경기는 웬만하면 다 본다. 그리고 pgr에는 거의 매일 들어가서 경기 결과를 찾아보거나 사람들의 잡담과 논쟁을 즐긴다 (오로지 구경만 한다). 당연히, 몇몇 프로게이머도 좋아한다.

최근 pgr에 "최연성의 스포츠서울 스타고백 모음집"이 올라왔다. 최연성은 현재 최강의 스타크래프트 선수 중 한명이다. 그는 자신이 프로게이머로 성장한 과정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간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듯, 그도 정규 교육과정에서 트러블을 겪었다. 그 중 한 대목이다.
고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은 내가 자퇴서를 쓰는 날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 생각했다. 넌 100% 망하게 되어있어."

지금이야 최연성 선수가 이 분야에서 성공했으니 그 선생님을 비웃을 수 있다. 그러나 그때 그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아마도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지금 그 고등학교의 다른 선생님은 선배 최연성 선수처럼 뭘해도 최고가 되라는 얘기를 한단다. 격세지감.

요 몇년간의 e-스포츠 시장처럼 급성장한 분야도 드물다. 그럼에도 프로게이머를 꿈꾸었던 많은 소년 소녀들은 몇몇 사람들의 기억에 이름만 남기고 (이름도 못남기고) 다른 삶을 찾아 떠났다. 임요환, 최연성만큼 노력을 안해서? 성공한 이들은 단지 조금 더 노력한 사람들이다. (노력이 아니라 다른 조건일수도 있겠다.) 그 선생님이 말하는 "100% 망하는 인생"이 설마 성공하지 못한 프로게이머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을까? 그렇다면 100% 망하는 인생과 최고의 프로게이머 사이의 간격은 그다지 넓지 않다.

일등에게는 상을, 꼴찌에게는 격려를... 도덕 교과서다운 주장은 이 사회에서 그다지 통하지 않는다. 노력을 성공으로 증명해야 하는 사회는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은, 경쟁 논리와는 아무래도 평행선을 달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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