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독서
일본 고전 추리소설의 재미 - <문신살인사건>과 나루토
느린시간
2007. 4. 1. 02:10
읽을거리가 떨어져 서점에 들러 일본 추리소설 두 권을 샀다.
한 권은 아비코 다케마루의 "미륵의 손바닥"이고, 다른 한 권은 오늘 다 읽은 이 책이다.
[albook|small|left|8949702894|]문신살인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1948
(내용과는 무관하게 표지가 왜 이모양인지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미륵의 손바닥"이 2005년에 나왔으니 일본 추리소설의 할아버지와 손자쯤 되겠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조금도 낡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며, 본격(머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과 변격(변태적 심리와 공포)의 훌륭한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 미스터리 순위(문예춘추, 1986) 10위에 오를 만한 작품이다.
때는 1946년, 문신사의 삼남매 중 한 명인, 몸에 문신을 새긴 한 여자의 머리와 팔다리만 밀실에서 발견된다.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는 확실하고 밀실의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는 가운데, 그녀의 정부(情夫) 역시 시체로 발견되고, 사건의 진실에 접근한 그녀의 오빠도 문신을 새긴 몸가죽이 벗겨진 채 살해된다. - 사건 자체만으로도 이야기거리가 가득하지만, 도입부를 제외하면 분위기나 심리 묘사로 흐르지 않고 수사 진행을 단도직입적으로 제시하는 작가의 방식이 마음에 든다. 후반부에 추리소설 팬에게는 익숙한, '독자에 대한 도전'이 있는 것도 포함해서.
결말에서 밀실살인이라는, 추리소설에서 상식적(?)인 상황을 해결하는 방식은 이 소설의 백미에 해당한다. - "기계적인 밀실은 무너지더라도 심리적인 밀실은 깨뜨리기 힘듭니다." - 독자 입장에서 사건이 제시하는 많은 수수께끼를 풀 가망은 거의 없지만, 머리를 많이 쓰게 만드는 재미있는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이 소설에서 문신사의 세 남매는 온몸에 각각 세 가지 문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셋 사이의 관계는, 가위 바위 보처럼, 두꺼비가 민달팽이를, 민달팽이는 구렁이를, 구렁이는 두꺼비를 이기는, 이른바 3자 견제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 이름들, 아주 낯이 익다. 만화와 TV 애니메이션으로 인기가 많은 나루토 19권 표지와 그 안의 한 페이지를 보자.
전설의 세 닌자라 불리는 주요 인물들의 이름이 바로 그것이다. 오른쪽 페이지는 위에서부터,
이다. (한자 찾아 쓰느라 고생 좀 했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해당하는 동물을 소환하여 부린다.
나루토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추리소설에서 만나니 나름 반갑다. 찾아보니, 이 이야기는 宋나라때 나온 "해사(諧史)"에 바탕을 두고, 일본으로 흘러가 에도시대 말기에 "지라이야 호걸이야기(児雷也豪傑譚話)"라는 책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출처: http://www.kamejiro.net/cgi-bin/sibai/11.html)
추리소설 독후감이 최신 만화책으로 흘러버렸다. 이런 것이 오래된 고전의 매력이라면 매력.
참고로, 나루토의 주인공(만화책 표지 한가운데) 이름은 우즈마키 나루토, 소용돌이 어묵이다.
한 권은 아비코 다케마루의 "미륵의 손바닥"이고, 다른 한 권은 오늘 다 읽은 이 책이다.
[albook|small|left|8949702894|]문신살인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1948
(내용과는 무관하게 표지가 왜 이모양인지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미륵의 손바닥"이 2005년에 나왔으니 일본 추리소설의 할아버지와 손자쯤 되겠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조금도 낡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며, 본격(머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과 변격(변태적 심리와 공포)의 훌륭한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 미스터리 순위(문예춘추, 1986) 10위에 오를 만한 작품이다.
때는 1946년, 문신사의 삼남매 중 한 명인, 몸에 문신을 새긴 한 여자의 머리와 팔다리만 밀실에서 발견된다.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는 확실하고 밀실의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는 가운데, 그녀의 정부(情夫) 역시 시체로 발견되고, 사건의 진실에 접근한 그녀의 오빠도 문신을 새긴 몸가죽이 벗겨진 채 살해된다. - 사건 자체만으로도 이야기거리가 가득하지만, 도입부를 제외하면 분위기나 심리 묘사로 흐르지 않고 수사 진행을 단도직입적으로 제시하는 작가의 방식이 마음에 든다. 후반부에 추리소설 팬에게는 익숙한, '독자에 대한 도전'이 있는 것도 포함해서.
결말에서 밀실살인이라는, 추리소설에서 상식적(?)인 상황을 해결하는 방식은 이 소설의 백미에 해당한다. - "기계적인 밀실은 무너지더라도 심리적인 밀실은 깨뜨리기 힘듭니다." - 독자 입장에서 사건이 제시하는 많은 수수께끼를 풀 가망은 거의 없지만, 머리를 많이 쓰게 만드는 재미있는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이 소설에서 문신사의 세 남매는 온몸에 각각 세 가지 문신을 가지고 있다.
오빠: 지라이야(自雷也) - 두꺼비로 둔갑한 요술사
쌍둥이 언니: 오로치마루(大蛇丸) - 구렁이로 둔갑한 요술사
쌍둥이 동생: 쓰나데히메(綱手姬) - 민달팽이로 둔갑한 요술사
쌍둥이 언니: 오로치마루(大蛇丸) - 구렁이로 둔갑한 요술사
쌍둥이 동생: 쓰나데히메(綱手姬) - 민달팽이로 둔갑한 요술사
그리고 셋 사이의 관계는, 가위 바위 보처럼, 두꺼비가 민달팽이를, 민달팽이는 구렁이를, 구렁이는 두꺼비를 이기는, 이른바 3자 견제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 이름들, 아주 낯이 익다. 만화와 TV 애니메이션으로 인기가 많은 나루토 19권 표지와 그 안의 한 페이지를 보자.
전설의 세 닌자라 불리는 주요 인물들의 이름이 바로 그것이다. 오른쪽 페이지는 위에서부터,
지라이야: 두꺼비 蝦蟇 (새우 하, 두꺼비 마)
오로치마루: 이무기 蟒蛇 (이무기 망, 뱀 사)
쓰나데히메: 민달팽이 蛞蝓 (괄태충 활, 달팽이 유)
오로치마루: 이무기 蟒蛇 (이무기 망, 뱀 사)
쓰나데히메: 민달팽이 蛞蝓 (괄태충 활, 달팽이 유)
이다. (한자 찾아 쓰느라 고생 좀 했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해당하는 동물을 소환하여 부린다.
나루토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추리소설에서 만나니 나름 반갑다. 찾아보니, 이 이야기는 宋나라때 나온 "해사(諧史)"에 바탕을 두고, 일본으로 흘러가 에도시대 말기에 "지라이야 호걸이야기(児雷也豪傑譚話)"라는 책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출처: http://www.kamejiro.net/cgi-bin/sibai/11.html)
추리소설 독후감이 최신 만화책으로 흘러버렸다. 이런 것이 오래된 고전의 매력이라면 매력.
참고로, 나루토의 주인공(만화책 표지 한가운데) 이름은 우즈마키 나루토, 소용돌이 어묵이다.
바로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