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을 보내며 읽은 책들
소나기가 오락가락... 가을이 올까요?
가장 최근, 늦여름을 보내며 읽은 책들입니다(순서대로).
브루투스의 심장, 히가시노 게이고
재밌어요. 비열한 인물들이 엮어내는 이야기가 더없이 흥미진진. 악당 주인공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읽고 난 뒤의 느낌으로 시 한 편 적어봤어요. 시이저를 찌른 '배신자' 브루투스를 생각하며.
그게 사람이든 물건이든 로봇이든.
왜냐면 예측불가능한 브루투스의 심장이 뛰고 있거든.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오츠이치
게시판에서 극찬과 더불어 반대 의견도 만만찮게 보았지만 여름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제목 탓에 구입.
같은 제목의 소설과 '유코'라는 두 개의 중편으로 이루어졌는데,
좋은 점: 미스터리와 공포에 긴장감을 더하는 비현실적이고 담담한 묘사
아쉬운 점: 무섭고 재미난 (짤막한) 이야기 두 편, 단지 그것 뿐.
'이야기'와 '소설'의 중간쯤에 자리잡은 이런 작품들은 신선함이 생명이라지만, 전통적인 소설 독자인 내게는 그것만으로는 부족.
나폴리 특급 살인, 랜달 개릿
다아시 경 시리즈의 아쉬운 마지막.
중력의 문제 - 시리즈 첫 작품 '두 눈은 보았다'를 연상시키는, 조금은 전형적인 밀실살인사건. CSI 한 편을 보는 듯. 유물론에 대한 언급이 인상적.
비터 엔드 - 마스터 숀이 주인공으로 말려든 한 편의 희극.
입스위치의 비밀 Ipswich Phial - 폴란드 미녀 첩보원이 등장하는... 아주 대놓고 007. 다아시 경, 당신도 미녀 앞에선 위험해.
열여섯 개의 열쇠 - 보물찾기 퍼즐을 풀다보니, 사건은 뭐였지?
나폴리 특급 살인 -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오마쥬이긴 한데, 완전히 '뒤집힌' 구조라고나 할까. 변장한 채 열차에 올라탄 다아시와 숀이 마주친 살인사건. 승객들은 모두 거짓말쟁이. 지체를 허락하지 않는 그들의 임무. 시리즈는 끝났어도 그들의 활약과 함께 영불제국이 오랫동안 번영하길 기원하며... 안녕.
스나크 사냥, 미야베 미유키
일단 보너스로 얻은 루이스 캐롤의 "스나크 사냥"에서 한 구절:
하지만 들떠 있는 조카야, 그날을 조심하여라.
혹시 네가 잡은 스나크가 부점Boojum이라면! 그러면
너는 조용히 그리고 갑자기 사라져서
다시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사실 몇 시간 전에 다 읽어서 아직 머리 속이 복잡하거든요. 줄거리는 (작가의 전작에 비해서는) 간단합니다. 한 남자가 총을 훔쳐 흉악무도한 놈들에게 달려가는 거죠. 거기다가 미야베 미유키 식으로 살이 붙습니다. 그 남자의 과거와 현재, 그 총의 주인의 과거와 현재, 그 흉악한 놈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총 주인의 주변인들, 그 남자의 동료들, 그 남자가 도중에 만나는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 (헉헉헉;)
어쨌든 주인공은 제목처럼 사냥을 떠난 겁니다. 사냥감이 스나크인지 부점인지 모른 채로. 그러나 계획은 배의 돛대와 키가 얽힌 것처럼 '스나크되어' 버리죠.
1992년 작품이라 휴대폰이 빠진 추격은 왠지 어색하네요. 그래도 결혼식장부터 병원 앞까지, 하룻밤 내내 긴장감이 풀리는 순간이 없어요. 후기 격인 덧붙이는 이야기를 읽고 나서도 과연 이게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그리고 뭔가 답답한 느낌이 남는군요. 사냥해버리고 싶은 그런 사람들과 같은 세상에서 살면서, 나 자신이 스나크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아니, 원래부터 사람들은 모두 그런 괴물들은 아닌지.
짜증스런 여름이 너무 길었어요. 올해 여름은 어느 해보다 많은 (추리) 소설들과 함께 했군요. 가을에는 "보노보노"를 다시 펼쳐 볼까요. 순수한 마음으로.